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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vs 그린스펀… "구관이 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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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vs 그린스펀… "구관이 명관"

입력
2007.08.2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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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7일 재할인율을 전격 인하함으로써 자신의 판단착오를 자인하자 그의 실책과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은 통화정책의 타이밍에 관한 한 ‘마에스트로’로 추앙 받았던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 ‘신참’인 버냉키로서는 더욱 곤혹스럽다.

FRB 전ㆍ후임 의장에 대한 금융계의 이 같은 비교는 인플레이션 방어라는 공통된 입장에도 불구하고 실무 스타일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두 사람의 경력차를 거론한다. FRB 의장이 되기 전 그린스펀은 1977~87년 뉴욕에서 경제 컨설팅사인 ‘타운센드-그린스펀’사를 경영하면서 금융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반면 버냉키는 명문 스탠퍼드와 프린스턴대 교수를 역임했지만 ‘감’이 떨어지는 학자에 불과하다는 식이다. 시장에선 “버냉키는 미국 대공황 연구의 최고 권위자지만, 그린스펀은 대공황을 겪은 사람”이라는 우스개도 나오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케니스 토머스 교수는 “버냉키 의장이 결국 첫번째 실수를 범했다”며 “이는 학자와 실무 전문가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다”며 은연 중 두 사람을 비교했다.

그린스펀은 통계에 앞서서 경제흐름을 포착하고자 했다. 평소 안면이 있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나 멀리 지방은행의 은행장들과 수시로 통화 하면서 현장의 미세한 움직임들을 짚어냈고, 이를 근거로 상황에 앞서 과감한 ‘선제조치’를 가동했다.

버냉키는 경제 전반의 통계를 기반으로 한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을 중시한다. 버냉키의 이 같은 입장은 ‘정책이 확고하면 시장은 정책에 대한 기대에 부응한다’는 통화금융론에서의 합리적 ‘기대이론(expectancy theory)’에 뿌리를 둔 것이다.

그린스펀과 함께 97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관리했던 로렌스 메이어 전 FRB 이사는 “버냉키의 태도변화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거시경제학적 전망으로 옮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준다”며 버냉키가 ‘학자풍의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둘의 차이는 실제 정책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린스펀은 87년 취임 3개월 만에 ‘블랙먼데이’를 맞아 다우존스지수가 500 포인트(22%) 급락하자 “FRB는 경제금융시스템의 유동성 공급자”라며 위기에 대한 확고한 대응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버냉키는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에 대해 불과 2주 전까지도 “위기가 통제권 안에 있다”며 시장에 맞서다 결국 망신을 자초했다는 얘기다.

나이차는 있지만 똑같이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자라 색소폰 연주 취미까지 같지만, 그린스펀이 시장에 대해 교활하리만큼 유연했다면, 버냉키는 우직한 이론가의 때를 아직 벗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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