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날씨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예년보다 한달 먼저 여름이 시작되었는가 하면, 8월 중순이면 한풀 꺾이던 무더위가 9월까지 이어진다는 기상청의 예보다.
유통업계는 ‘경기3할 날씨7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씨에 민감하다. 그런데 이런 유통업계가 예측 불허인 이상기후에도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19일 업계에 따르면 각 유통매장은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처하기 위해 기온과 매출의 상관관계를 정밀 분석, ‘1도씨’ 단위로 밀착 대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5% 가량. 아이스크림 에어컨 등 여름상품은 날씨에 따라 매출이 20%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5년 전부터 매장 담당자들이 정확한 수요 예측을 위해 날씨 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장 담당자가 사용하는 발주시스템 화면에는 일주일 전후의 날씨정보가 정확히 나타나 날씨에 민감한 상품의 발주량을 조절할 수 있다.
예컨대 섭씨 25도에서 1도 오를 때마다 탄산음료는 15%, 캔커피는 18%, 과즙음료는 20%씩 판매량이 급증한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다음 발주량을 결정하는 것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이 같은 발주시스템을 활용, 수박 판촉행사를 예년보다 보름 앞당겨 짭짤한 재미를 봤다.
편의점 GS25 역시 1999년부터 점포 경영주가 발주단말기(EOB)를 통해 3일치 일기예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패스트푸드 발주예보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발주시스템에 따르면 일평균 기온이 1도 오르면 매장 방문고객수가 평균 9명 늘어난다. 또 낮 최고기온이 섭씨 16도일 때 음료, 23도일 때 아이스크림, 26도일 때는 맥주의 판매량이 급증하며, 29도를 넘어가면 방충제와 물티슈가 많이 팔린다.
GS25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패스트푸드 폐기율이 5% 이상 감소한 반면, 전체 매출은 향상됐다”고 말했다.
대표적 여름상품인 아이스크림은 기온에 따라 잘 팔리는 제품이 다르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섭씨 18~25도에는 떠먹는 아이스크림과 콘류, 25~28도에는 유지방이 함유된 부드러운 바 제품, 28~30도는 이른바 ‘하드’로 불리는 딱딱한 바 제품이 잘 팔린다.
특히 요즘처럼 낮 최고기온이 30~34도까지 오르는 불볕 더위에는 튜브형태 제품이 잘 팔린다. 셔벗 타입이 많아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데다 튜브용기에 들어있어 녹아도 안전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맥주와 음료 매출 역시 기온에 민감하다. 섭씨 30~33도에서는 음료 제품이 잘 팔리나 33~35도가 되면 생수가 더 잘 팔리는데, 이는 당분이 들어가면 오히려 갈증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2002~2006년의 6~8월 맥주 출고량과 평균기온을 분석해본 결과, 섭씨 20도에서 1도 상승할 때마다 약 8%의 매출증진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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