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에도 여심(女心)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1~7월 판매량이 3만대에 육박한 수입차 시장에서 여성이 직접 구매한 경우는 5,000대 가량. 그동안 외제차 여성수요는 ‘벤츠는 부유층, 렉서스는 강남 거주자’ 식으로 일부 계층이나 지역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자영업자, 골드 싱글족 등 돈 있는 여성이 늘고 가정 내 여성 결정권이 커지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경제력을 갖춘 20,30대 여성이 수입차 시장의 강자로 등장,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들 여성은 차량의 성능뿐 아니라 편의사양과 디자인을 꼼꼼히 따지는 등 구매성향도 이전과는 다르다. 수입차 업계 한 인사는 “30대 전문직 여성이 주 고객으로 등장했다”며 “이들의 감성과 스타일을 고려한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런 여심을 잡는데 성공한 수입차 브랜드는 ‘혼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올해 1~7월 여성고객의 구매현황을 조사한 결과, 혼다는 843대를 팔아 렉서스(366대) 아우디(355대) BMW(351대) 폭스바겐(305대) 벤츠(290대)를 2배 이상 앞질러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혼다의 중저가 모델 중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CR-V는 여성 구매비율이 35%, 시빅은 37%나 된다. 시빅의 여성구매자 중 20,30대 비율은 42%나 된다.
혼다의 인기는 가격과 디자인, 편의사양의 3박자가 여성 입맛에 맞았기 때문이다. CR-V는 3,000만원대, 시빅은 2,000만원대로 국내차와 가격경쟁을 벌일 정도다.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장치, 넉넉한 수납공간도 여성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다. 잔 고장이 적은데다, 차가 크지 않아 운전하기에 부담이 없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CR-V의 디자인은 남성 근육질을 연상시키면서 날렵하고 세련된 외양을 갖췄다. 전고를 30㎜ 낮게 설계해 미니스커트를 입고도 쉽게 타고 내리도록 했고, 운전하면서 뒷좌석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독특한 컨버세이션 미러도 달았다.
뒷자리 유아시트를 장착한 시트를 앞으로 당길 수 있는 슬라이딩 리어시트, 장거리 운행 때 피로를 덜어주는 암레스트 등도 CR-V가 ‘SUV=남성’이라는 편견을 깨뜨리는데 일조했다.
책을 넣을 수 있는 도어 포켓, 작은 물품은 넣는 듀얼센터 포켓 등 다양한 수납공간은 소지품이 많은 여성을 위한 배려다.
세련되고 강인한 외관을 자랑하는 시빅도 인테리어에서 여성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갖추었다. 스키 등 긴 장비를 편리하게 실을 수 있도록 설계했고, 헤드레스트는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이 이를 뒤로 빼고 편하게 머리를 기대도록 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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