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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극복할 수 있다] <5> 폐암 - 최대의 적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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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극복할 수 있다] <5> 폐암 - 최대의 적 담배

입력
2007.08.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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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 한용철 전 서울대병원장.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폐암은 암세포가 성장해 기관지를 막을 때까지 특이한 증세가 없다. 따라서 평소 건강에 각별히 신경 쓰는 사람조차 조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세브란스병원 폐암클리닉 김주항 교수는 “폐암을 조기(종양 크기가 3㎝ 이하인 경우)에 발견하면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80%가 넘는다”며 “하지만 수술할 수 있는 상태인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는 전체 폐암 환자의 1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수술 후 5년 생존율(12.8%)만 보면 췌장암(7.6%)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폐암이 국내 사망률 1위 자리에 오른 이유이다.

폐암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폐암 환자의 75% 정도가 초기에 잦은 기침을 경험하고 3분의 1 정도가 가슴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피 섞인 가래, 쉰 목소리, 호흡 곤란, 두통과 구토 등을 겪기도 한다.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흡연이다.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서홍관 책임의는 “폐암 환자 중 90%가 흡연자이거나 담배를 핀 적이 있고 비흡연자라도 간접 흡연을 한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성이 15~80배나 높다. 간접 흡연자도 흡연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 경우보다 발병률이 1.5배 높다. 이 밖에 주요 폐암 원인으로는 석면, 대기오염과 방사선 등 외부 유해환경을 들 수 있다. 또한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률이 2~3배 높다.

폐암의 종류는 비소세포성(非小細胞性) 폐암과 소세포성 폐암이 있는데,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폐암 환자의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성 폐암에는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이 사용된다. 반면 소세포성 폐암은 암세포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진단 후 치료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몇 달 안돼 사망한다. 따라서 수술보다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가 더 효과적이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김용희 교수는 “가장 확실한 폐암 치료법은 일찍 발견해서 암 덩어리와 주변 조직을 깨끗이 도려내는 수술”이라고 말했다. 수술법으로는 폐의 한쪽 엽(葉)을 제거하는 단일폐엽절제술이나 두 엽을 잘라내는 양엽폐절제술, 모두 없애는 전폐엽절제술 등이 있다. 수술 뒤에는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항암제 치료로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시스플라틴에 새로운 항암제를 섞어 쓰는 ‘칵테일’ 치료가 널리 사용된다.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항암제는 파클리탁셀, 도세탁셀, 젬시타빈, 이리노테칸 등이며, 표적 항암제인 이레사와 타세바는 한국인에게 효과가 좋다. 표적 항암제라 암세포만 골라 성장을 억제하는 신개념 항암제이다. 하루 1알 먹는 다중표적 항암제인 작티마도 암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중표적 항암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암세포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혈관 내피세포까지 차단하는 최신 항암제로,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2009년경 국내에서 시판할 예정이다.

방사선 요법으로는 암 세포에만 방사선을 쬐는 사이버나이프가 각광을 받고 있다. 위성항법장치(GPS)인 내비게이션에 따라 로봇 팔이 가느다란 방사선을 종양 부위에만 수백 번 쬐어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항암제와 수술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재발한 암 치료에 주로 이용된다.

이 밖에 광역동치료, 고주파치료, 온열치료, 면역치료, 유전자치료, 양성자치료 등이 이용된다. 광역동치료는 암세포를 표시해주는 물질을 주사한 뒤 그 표시를 보고 레이저를 쏘아 암을 파괴하는 치료로, 암의 크기가 작을 때 쓴다. 온열치료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열에 약하다는 점을 이용해 항암제를 43~45도의 높은 온도로 데워 가슴 속으로 통과시켜 암을 치료하는 요법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암은 예방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폐암 예방에는 금연이 최우선이며, 각종 유해환경 요소도 피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권오정 교수는 “40세 이상, 특히 흡연자나 간접흡연자는 방사선 저용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객담 검사, 가슴 X선 촬영 등 정기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 암을 말한다/ 심영목 교수가 보는 폐암

2000년 12월 김모(당시 53세)씨는 갑자기 가래에서 피가 나와 우리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에 폐암 진단을 받았다. 정밀검사 결과 기관지 옆 임파선에도 암이 퍼졌다. 이미 폐암이 상당히 진행된 3기였다. 수술해도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완치될 가능성도 아주 낮은 상태였다. 우리 병원의 폐암팀은 협진을 통해 수술하기 전에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한 뒤 흉부외과에서 수술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김씨에게는 또 다른 복병이 도사리고 있었다. 폐암 위치가 기관지 중심부로 파고 들어와 일반적이라면 오른쪽 폐를 모두 잘라내지 않을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한쪽 폐를 모두 절제할 경우 수술 후 합병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설령 수술 후 아무런 문제 없이 회복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환자 삶의 질이 매우 나쁜 경우가 허다하다. 암 종양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살리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기에 한쪽 폐를 완전히 절제하는 수술은 그리 간단치 않다.

따라서 이 환자의 경우 소매절제술(폐 일부를 잘라냈다가 암세포만 제거한 뒤 다시 봉합하는 수술)이라는 고난도 수술기법을 이용해, 그것도 기관지와 폐동맥을 같이 소매절제하고 봉합함으로써 오른쪽 폐 일부를 살려내기로 했다. 수술 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라 수술하기가 쉽지 않은 터였지만 5시간을 넘기는 수술은 순조롭게 끝났다.

하지만 역시 수술 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라 수술 봉합 부위가 잘 아물지 않고 출혈이 생겼다. 환자 상태는 극도로 나빠졌고 의료진은 응급수술로 남은 오른쪽 폐를 잘라내야 했다. 최종적으로 재수술한 결과 환자는 다행히 잘 회복했다.

김씨가 수술 받은 지 어느덧 7년이 흘렀다. 지금까지도 폐암이 재발하지 않았고 환자는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폐암이 완치된 것이다. 김씨는 종종 진료실을 찾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어 흉부외과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그가 폐암이 상당히 진행된 3기에서 적극적인 치료로 완치했기에 기쁨은 배가된다. 환자가 의료진을 끝까지 신뢰하고 따랐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 환자처럼 암세포가 중심부로 파고 든 경우 한쪽 폐를 모두 잘라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술기법의 발전으로 기관지나 폐동맥 소매절제술을 한다면 한쪽 폐를 모두 잘라내는 전폐엽절제술을 피할 수 있다.

비록 이 환자는 애초에 계획한 수술이 성공하지 못했고 한쪽 폐를 다 잘라냈지만 소매절제술은 언제나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수술이다. 또 폐암 3기라도 포기하지 않고 적극 치료한다면 완치할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다. 폐암은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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