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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안전자산으로 U턴?

입력
2007.08.2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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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모(34) 씨는 최근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 2,000만원을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은행 예금금리는 기껏해야 4~5% 남짓이어서 또 다시 은행 상품에 투자하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도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로 가격이 폭락해 선뜻 마음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박 씨는 “일단은 은행 MMF(머니마켓펀드) 통장에 넣어놓고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며 “증시가 변덕이 심해서 차라리 안정적인 금(金) 상품에 투자할까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글로벌 증시를 강타하면서 자금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주가 폭락으로 주식 편입 비중이 높은 투자상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있다.

일본 엔화 해외투자 자금(엔 캐리 트레이드)이 본격 청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대두되면서 이제는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안전자산으로 U턴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연 증시의 ‘개미’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식을 버리고 안전자산을 선택할까.

고금리 상품 다시 주목

펀드평가사 <제로인> 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 운용기간 1개월을 넘은 229개 성장형 펀드(주식편입비중 70% 이상)의 최근 1주일간 수익률(17일 기준)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들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1.74%로,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KOSPI) 하락률(-11.35%)을 밑돈다. 안정성장형(주식편입비중 41~70%)과 안정형(10~40%)도 수익률이 –6.91%와 –3.43%로 성적이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주가 등락에 따라 수익률에 영향을 받는 보험사의 변액보험 상품도 상황이 비슷하다. 메트라이프생명의 ‘마스터플랜변액유니버셜’은 최근 1개월 수익률(16일 기준)이 -7.71%를 기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그 동안 펀드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은행 고금리 상품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이 이 달 9일 내놓은 특판 정기예금인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에는 5일만에 8,300억원이 몰렸다.

국민은행의 와인정기예금(연 최고 금리 5.8%)도 코스피가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한 16일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700억원 어치가 팔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증시 활황 때는 고객들이 예금에서 펀드로 갈아탔지만 최근에는 만기가 돌아온 예금의 돈을 찾지 않고 특판 예금에 다시 예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주가가 요동치면서 금값을 문의하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늘어

하지만 증시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인 데다, 가계의 재테크 패러다임이 저축에서 투자로 바뀐 만큼 쉽사리 돈의 흐름이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아직은 지배적이다.

개인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고객예탁금은 16일 13조 7,517억원으로 7월말보다 8,000억원 가량 줄어 주가 폭락의 여파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나 최근 수익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7월말 74조 6,000억원에서 16일 78조 7,200억원으로 오히려 4조원 이상 늘었다.

더구나 주가가 이틀째 폭락했던 17일 개인 투자자들이 무려 4,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은 과거 증시 폭락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본격적인 펀드 환매 움직임이 아직은 없다”라며 “은행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증시 불안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개인들이 폭락장에서 주식을 대량 매수한 것은 오히려 주가 폭락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재할인율을 낮춘 만큼 위험을 안고서라도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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