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인하 조치로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충격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여전해 시장이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뉴욕 증시는 지난 주말(17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0.5%포인트 인하조치로 다우존스 지수가 1만3,000선을 회복하는 등 일단 안정을 되찾았다.
유럽 주요 증시도 급등했다. 재할인율이란 중앙은행이 자금경색을 겪는 민간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물리는 일종의 벌칙성 금리다. 연방기금 금리(연 5.25%)에 1%포인트를 더 얹어 물려왔으나 이번에 그 격차를 0.5%포인트로 축소한 것. 이에 따라 민간은행들의 자금조달에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FRB가 재할인율을 6.25%에서 5.75%로 낮춰 장기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긴 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야기된 신용경색이 언제, 어디서 다시 불거질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마켓 워치에 따르면 미국 증권사 <코웬 앤드 코> 의 마이크 말론 애널리스트는 "FRB의 재할인율 인하가 증시의 변동성을 줄이긴 하겠지만 엄청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우리는 아직 숲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웬>
FRB의 유동성 공급에 따른 안도감 보다는 "실물경기 하강 위험성이 커졌다"는 FRB 발표문이 더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경기 하락이 현실화할 경우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우려 탓에 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달러화 가치는 주요 16개 통화 중 14개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한국으로선 이번 사태가 세계경기 둔화로 이어질 경우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마저 줄어들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금융시장의 혼란이 부동산 등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내수도 위축될 수 있다.
한편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의 국장급으로 구성된 '금융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는 미 FRB의 재할인율 인하 배경과 국제 금융시장의 반응 등에 대한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정부는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한 발언 외에는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찬우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정부가 그 동안 밝혔던 '상저하고(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경기가 좋음)'의 경기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 "여러 가지 변수를 다 검토할 것이지만 아직은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로 우리나라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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