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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교양, 모든 것의 시작' 인간을 인간답게 가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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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교양, 모든 것의 시작' 인간을 인간답게 가꾸는…

입력
2007.08.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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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ㆍ노마 필드ㆍ가토 슈이치 지음, 이목 옮김 / 노마드북스 발행ㆍ216쪽ㆍ1만2,000원

유대계 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의 아우슈비츠 체험기 <이것이 인간인가> 에는 인상적인 대목이 나온다. 빵을 나르던 레비에게 피콜로라는 동료 수용자가 “아무 시라도 읽어주지 않겠느냐?”고 부탁하자 레비는 단테의 <신곡> 중 ‘그대들은 짐승 같은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덕과 지식을 구하기 위해 태어났나니…’ 라는 대목을 읽어준다.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것만을 궁리하는 공간, 시 한 편보다 빵 한 조각이 더 절실한 공간에서 그 동료 수용자는 이 시를 통해 생의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레비 역시 후일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교양이 나를 도와주었다”고 회고했다.

서경식 일본 도쿄게이자이대 교수, 비평가 가토 슈이치, 노마 필드 시카고대 교수는 이 책에서 입을 모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교양(liberal arts)의 가치를 드높인다. 서 교수는 교양을 ‘비판 정신을 키워 독립된 인격체를 찾아가는 수단’ 이라고 정의한다.

효용성있는 지식만 추구하는 대학생들은 앞으로 자신이 만드는 생산물이 어떻게 사용될지도 모른 채 톱니바퀴 같은 기능을 노예적으로 수행하는 기계적ㆍ야만적 인간이 되기 십상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이를 막아줄 수 있는 교양의 ‘무용지용(無用之用)’을 상찬한다.

노마 필드 교수는 이라크전쟁은 미국에서 인문교양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비판한다. 그는 “자유와 상상력이야말로 인문교양이라는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이라며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교양을 쌓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슈이치는 교양이 “학문간 경계를 넘어설 때 유연한 정신의 운동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역설한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지식의 전문화를 요구하지만, 전문화가 진행될수록 역설적으로 그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학 내 교양교육 축소, 사회 전반의 우경화 바람 등에 위기를 느낀 서교수가 2003년 도쿄게이자이대에서 진행한 강연 내용을 묶은 것이다. 일본 뿐 아니라 우리의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책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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