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 심정수(32ㆍ삼성)는 그동안 ‘2인자’에 머물러 왔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슬러거 중 한명이지만 언제나 이승엽(요미우리)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2003년엔 무려 53홈런에 142타점을 기록하고도 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94년 데뷔 이후 그가 챙긴 개인 타이틀은 2003년 출루율과 장타율 1위가 전부였다.
그런 심정수가 의미있는 기록을 작성하며 생애 첫 홈런ㆍ타점왕의 꿈을 부풀렸다. 심정수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방문경기 1회 1사 1ㆍ2루에서 상대 투수 봉중근의 5구째 138㎞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결승 3점포를 쏘아올렸다. 14-2 대승을 거둔 삼성은 두산에 진 한화를 제치고 하루만에 다시 3위로 올라섰다.
이날 4타점을 보탠 심정수는 역대 세번째로 개인 통산 1,000타점 고지(1,002개)를 돌파했다. 1,402경기, 32세3개월12일 만의 기록으로 팀 동료 양준혁의 종전 최소경기(1,404경기)와 장종훈 한화 코치가 현역 시절 세운 최연소(만 32세11개월26일) 기록도 동시에 갈아치웠다.
심정수는 또 시즌 25홈런과 81타점으로 2개 부문 선두를 굳게 지켰다. 홈런은 현대 브룸바와 2개, 타점은 한화 김태균과 4개차. 특히 특수 투명렌즈 안경으로 바꿔 쓴 7월 이후 12홈런 36타점을 몰아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심정수는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훌훌 털고 클러치 히터로서 위용을 맘껏 과시하고 있다. 총 14개의 결승타로 팀내 1위. 삼성은 7월 이후 심정수가 홈런을 터트린 10경기에서 9승1패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 기간 동안 결승 홈런도 6개나 된다.
삼성은 이날 박한이가 역대 15번째로 7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진갑용이 역대 50번째로 1,000안타를 달성해 기쁨이 두 배가 됐다. 5위 LG는 3연패에 빠지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대전에선 두산이 지난 14일 1군에 복귀한 홍성흔의 결승 3점포를 앞세워 한화를 9-1로 대파하고 3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홍성흔은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만에 시즌 첫 홈런을 터뜨렸다.
광주에선 선두 SK가 이진영(만루홈런) 이호준(2점) 박재상(1점)의 홈런 3방을 앞세워 9-0 대승을 거두고 꼴찌 KIA를 6연패 수렁에 몰아넣었다. SK 선발 레이번은 6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13승째를 따냈다. 부산에선 롯데가 현대에 4-2 역전승을 거두고 최근 4연승 및 홈 4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4위 한화와는 4.5게임차. 반면 현대는 7연패 늪에 빠졌다.
대전=이승택기자 lst@hk.co.kr잠실=오미현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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