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또 하나의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16일 여의도에는 출처 불명의 ‘검찰 괴담’이 파다하게 퍼졌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뒤끝이라 정치권에서는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느라 하루 종일 부산한 모습이었다. 수사결과 발표 주체로 거명된 곳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실제 공안1부는 지난 13일 “네 가지 사안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이전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희망세상21’ 산악회 결성 과정에서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 개입 여부, 고 최태민 목사 재산 형성 비리 의혹, 최 목사 등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해호씨 기자회견 배후조종 세력 존재 여부, 김유찬씨에 대한 이 전 시장측 위증교사 여부가 수사결과 발표 대상들이다. 이 사안들 역시 한나라당 양 캠프의 득표수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들이라 수사결과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그러나 뜻밖에도 검찰이 17일 수사결과 발표를 연기하겠다고 밝혀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이 예고까지 했던 수사결과 발표를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 특성상 어느 정도 조사가 완료되지 않고서는 섣불리 수사결과 발표를 예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런 점 때문에 검찰이 형평성 논란을 우려해 수사결과 발표를 연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네 가지 사안 중 대다수는 이 캠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희망세상21 산악회의 경우 이미 산악회장 김모씨와 이 캠프측 이모씨가 200여차례 통화했다는 정황이, 김해호씨의 기자회견에는 이 캠프 정책특보인 임현규씨의 공모가 있었다는 사실이 포착됐다. 김유찬씨 위증교사 부분도 일단‘근거없음’으로 결론났지만 최근 위증교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반면 최 목사 재산형성 의혹의 경우 물증 부족 등의 이유로 입증이 쉽지 않은데다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파괴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수사결과 발표시 이 캠프에 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로 직결된다. 도곡동 땅 사건에 이어 또 다시 ‘공작수사’ ‘정치적 편향’ 논란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에 대한 검찰의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결국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공안1부가 동시에 뛰어들었던 경선 관련 수사는 “도곡동 땅 일부는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는 ‘핵폭탄’ 하나를 남긴 채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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