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등장하는 세리(稅吏ㆍ세무공무원)는 늘 공적이었다. 하지만 예수는 달랐다. "세리와 창녀가 천국에 먼저 간다"고 설교했다. 나누고 섬기면 천국의 문이 저절로 열린다는 것. 그 간단한 진리를 알긴 쉬워도 막상 몸을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세무를 천직으로 여기는 이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은 여전하다. '세리'란 표현도 당초 의미와는 달리, 부정적 뉘앙스가 강했다.
최근 취임 100일을 맞은 조용근 한국세무사회 회장이 그 오랜 더께를 벗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먼저 실천하는 것, 나눔의 기쁨은 함께 하면 커진다는 것"이 그가 38년6개월의 세무공무원(국세청) 시절동안 터득한 원칙이다.
그는 17일 세무사회 임직원 40여명과 서울 청량리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찾았다. 작은 봉사지만 1962년 창립이후 처음이다.
그는 "일부 지역에 세무사봉사단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전체규모단위의 봉사단을 꾸리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세무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사실 그의 회장 당선은 이변이었고 파격이었다. 공직을 마감하고 세무사로 정식등록한지 1년 조금 넘은 풋내기 후보가 예상을 깨고 8,000여 세무사를 대표하게 됐기 때문. 당시 그의 공약은 "나눔과 섬김으로 신뢰 받는 세무사"였고 회원들은 그 목표를 받아들인 셈이다.
나눔과 섬김이라면 그만큼 적격자도 없다. 지난 77년부터 월급의 일부를 불우이웃을 위해 썼고, 동전도 차곡차곡 저금통에 넣어 10만원이 모이면 소년소녀가장을 도왔다.
그의 집무실엔 아직도 빛 바랜 사각 저금통이 있다. 그는 돌아가신 부모의 이름을 따 '석성장학회'도 만들어 10년 넘게 5억여원의 학자금도 나누어줬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세무사는 기장이나 세무조정뿐 아니라 세무 컨설팅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66년 국세청 9급(개청 요원)으로 시작해 2004년 대전지방국세청장에까지 올라 '9급 신화'를 창조한 인물이기도 하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