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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 사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짙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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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 사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짙은 그늘

입력
2007.08.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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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된 김경자(37) 김지나(32)씨가 한달 만에 고국 땅을 밟은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피랍자 가족모임 대책사무실에서 TV를 지켜보던 10여명의 가족들은 서로 얼싸 안으며 박수를 쳤다. 비교적 건강한 두 김씨의 모습을 보며 가족들은 남은 19명도 생환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다시 꼭 쥘 수 있었다.

"한 달이 1년 같았습니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언제쯤 풀려 날 수 있을지…." 한 피랍 가족은 고 배형규(42) 목사, 심성민(29)씨 피살후 두 김씨가 가까스로 풀려날 때까지의 한달이 죽음과 같은 고통으로 몸부림쳤던 시간이었다고 되뇌였다.

사랑하는 가족의 무사귀환만을 기원하며 지낸 한 달은 가족들의 일상도 크게 바꿔버렸다. 대부분 생업을 포기한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고, 심신은 극도로 초췌해져 갔다.

2명의 석방은 끝이 아닌 또 다른 기다림의 사투인 탓인지 가족들 사이에선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라는 두려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듯 했다.

부인 김윤영(35ㆍ여)씨가 피랍된 후 다니던 설계회사를 나가지 못한 남편 류행식(36)씨는 아이들 생각에 요즘 눈물을 자주 쏟고 있다.

당장 초등학교 2학년인 딸(8)이 개학이 가까워지자 부쩍 엄마를 찾고 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가슴만 치고 있다. 류씨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아프간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 좀 더 지내다 온다'고는 했지만 아이들도 더는 믿지 않는 눈치"라면서 "당장 개학이 코 앞인데 한창 엄마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정화(39ㆍ여)씨의 어머니 곽옥강(64)씨는 "딸이 납치된 이후 한시도 잠을 이루지 못했고 집안도 엉망이 돼버렸다"며 "다른 가족들도 모두 힘들어 하고, 붙잡힌 이들의 고통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며 고개를 떨궜다.

딸 한지영(34ㆍ여)씨 피랍 후 링거주사를 꽂은 채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던 어머니 김택경(62)씨처럼 일부 가족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지쳐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차성민(30) 대표는 "피랍 한달 만에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온 2명을 보니 누나 생각에 눈물이 왈칵 났다"며 "남은 19명이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진실희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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