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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노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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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노 의장

입력
2007.08.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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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8월 4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는 군대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이렇게 인정했다. '광범위한 지역에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위안소가 설치ㆍ운영됐으며, 위안소의 설치ㆍ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대해 구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여했다.

위안부 모집은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맡았으나 그 경우에도 감언이설과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끌어 모은 사례가 허다했고,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여기에 가담한 일도 있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 '고노 담화'에 앞서 꼬박 10년 동안 일본의 좌우 양파는 군대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여부를 싸고 논쟁을 거듭했다. 그 직접적 출발점은 1883년 7월에 간행된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의 <나의 전쟁범죄-조선인 강제연행> 이었다.

고미가와 준페이(五味川純平)의 <인간의 조건> 등 사회성 짙은 책으로 유명한 산이치쇼보(三一書房)에서 나온 이 책에서 요시다는 조선인 강제연행(징용)이 '노예사냥'처럼 행해졌고, 조선 여성을 일본군이 강제로 끌고 가 위안부로 삼았다고 증언했다. 자신도 참여했다는 고백을 담은, 일종의 양심선언이었다.

■일본의 보수우파 진영은 그의 증언의 모순점을 찾아내느라 혈안이 됐다. '위안부 사냥'이 이뤄졌다는 곳의 현지 답사나 당시의 지휘계통 조사 등을 통해 부분적 오류를 찾자 그의 모든 증언이 '완전한 픽션'이라고 몰아붙였다.

요시다는 '위안부 사냥'이 이뤄진 장소 등은 상상력이 가미된 것이 사실이지만 군대위안부 강제 동원에 자신이 참가했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사실과 상상의 혼재를 인정한 셈이 되어 증언의 증거력이 떨어졌다. 이를 빌미로 비슷한 취지의 '고노 담화'마저 희석하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었다. 내외의 비판을 부른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협의의 강제성' 운운도 그런 예이다.

■'고노 담화'의 주인공인 고노 중의원 의장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15일 '전국전몰자 추도회'에서 "일부 일본군의 비인도적 인권 침해로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의 특성 상 얼굴마담 성격이 강한 중의원 의장의 발언으로서는 독자성이 뚜렷하다. 참의원 선거 참패 후 자민당 내 세력 재편의 신호탄이자, 그 과정에서 역사인식이 중요한 축이 되리라는 예고일지도 모른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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