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꼽히는 손성원(사진) LA 한미은행장은 15일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글로벌 금융불안은 앞으로 최소 수 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증시 투자자들은 가격의 단기 급변동에 흔들리지 말고 의연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행장은 이날 본지와의 긴급 인터뷰에서 “현 상황이 금융공황으로까지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실물을 포함한 향후 경제흐름에 장애가 될 것”이라며 “사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대책은 미국의 금리인하”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2주째 신용경색과 이에 따른 글로벌 증시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인가.
“전망이 썩 좋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신용위기가 일단 일어나면 쉽게 끝나지 않는다.
이번 신용경색도 하루 이틀에 쌓인 것이 아니지 않는가. 앞으로도 좀 더 곤욕을 치러야 한다. 극단적 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몇 개월 정도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_시장불안의 장기화를 예상하는 근거는.
“신용경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넘어서 자금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도 채권시장 전체가 얼어붙으면서 자금수요가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은행 역시 장기채 시장이 크게 위축돼 장기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시장의 급체가 풀리려면 짧게 봐도 수개월 이라는 얘기다.”
_사태의 조기 해결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조정기간을 줄이자는 얘긴데,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미국의 금리인하다.
물론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우려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향후에 다시 금리를 손 보더라도, 추가적인 위기의 심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 금리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다.”
_벤 버냉키 FRB 의장은 어떤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각국 중앙은행이 신속히 유동성을 투입하는 등 지금까지는 잘 대처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긴급 유동성 투입은 자금의 안정적 공급을 바라는 시장의 요구에는 근본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금리인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 달리 버냉키는 20년간 강단에 섰던 학자 출신이다.
그는 시장에 반응하는 편이라기 보다는 시장이 끝난 뒤 나오는 데이터에 반응하는 식이다. 따라서 신속한 금리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_서브프라임 파장의 아시아 확산 가능성은.
“당장 ‘플라이트 퀄리티(flight qualityㆍ안전자산 회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볼 때 자금이 증권이나 회사채, 모기지채 등으로부터 미 국채 등으로, 지역적으로는 아시아 등 ‘주변부’로부터 미국과 유럽 등 ‘중심부’로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에서도 이미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 쪽에 풀렸던 자금이 빠지면 외환위기 같은 식은 아니라도 증시의 어려움은 깊어질 수 있다.”
_중국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중국이 흔들리면 큰 일인데,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아시아 위기 때도 그랬지만, 중국은 아직 정부가 철저히 시장을 관리하는 폐쇄적 체제다. 아울러 경제 펀더멘털이 좋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한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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