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투매에 나서며 주가 대폭락을 주도했지만, 기관은 주식을 사들였다. 이날 기관의 순매수 규모는 사상 최대인 1조 5,028억원 어치. 기관들은 바겐 세일을 즐기고 있는 것일까, 오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외국인들은 이날 1조원이 넘는 주식을 내다 팔았다.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사상 최대였다. 종합주가지수(KOSPI)가 2,000대를 찍고 급락한 27일부터 내다 판 금액만 6조 3,000억원 어치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은행들의 손실 규모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발걸음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1,800선까지 밀리는 동안에도 ‘사자’를 외치며 주가의 든든한 버팀목 역학을 했던 개인들마저 대거 ‘팔자’로 돌아섰다. 매도 금액은 6,938억원 어치로 사상 2번째 규모였다.
개인들이 지난 10일 주가가 80.19포인트 빠질 때도 7,000억원 가량을 주워 담았던 점을 감안하면 개인의 ‘변심’은 심상찮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관은 무려 1조 5,000억원 가량을 사들이며 매도세에 맞불을 놨다.
지난달 27일부터 치면 순매수 규모가 3조 6,000억원에 이른다. 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이 풍부한 데다, 주가가 고점 대비 15% 가량 빠져 투자 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파트장은 “시장이 안개상황이긴 하지만 장기 주가 전망이 밝기 때문에 기관은 주가 폭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본 것”이라며 “하지만 약관상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을 무작정 쌓아 놓을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증시의 폭락을 즐기는 쪽은 또 있다. 바로 가치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 그는 14일 “금융시장 대혼돈이 있을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며 “현 시점이 저가 매수타이밍”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투자은행 버크셔 헤서웨이는 최근 공시를 통해 미국 2위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주식 870만주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의 1, 2위 의료보험업체인 유나이티드 헬스와 웰포인트의 주식을 종전보다 4배 늘렸다고 밝히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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