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도 안전점검을 했다고 할 수 있나요?”
15일 오후 이용객 5명의 생명을 앗아간 부산 영도구 이동식 놀이공원 현장. 한 유족이 곤돌라 유리 강도를 실험하기 위해 유리창을 발로 차보자 창문이 떨어져 나갔다.
지난해부터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놀이시설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은 허술한 안전점검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단체가 1곳에 불과하고, 그것도 놀이시설업체의 친목단체가 맡고 있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국 놀이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맡고 있는 단체는 (사)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가 유일하다. 주요 놀이시설업체 95개가 회원사로 가입한 이 협회는 1985년 ‘유원시설업 회원간의 친목과 복리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후 문화관광부의 위탁을 받아 전국 148개 시설물을 매년 1회 이상 점검하고 있다.
같은 업종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시설을 점검하는 셈이다. 그동안 이 단체가 해온 일도 정기안전검사를 연 2회에서 1회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건의해 통과시키거나 수입관세 경감을 요구하는 등 이익집단으로서의 활동들 뿐이다.
이 때문에 놀이시설 업자들이 회원으로 있는 이 협회가 안전진단을 제대로 실시하고 있는지 등 공신력에 대한 문제와 검사 권한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로 관련 업체들이다 보니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졸속 검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 3월 드림랜드의 안전관리 실태를 자체 점검한 서울 강북구는 “관련 협회가 점검하는 현행 안전점검 구조는 문제가 있다”며 문화관광부가 직접 나서 감독 체계를 확립해 줄 것을 서울시에 건의했고, 서울시는 협회의 객관성 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전문 연구기관의 기술사들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었다.
관련 당국도 놀이시설 안전점검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담당 부처인 문화관광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했으면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문화관광부가 취한 유일한 조치는 2003년 관광진흥법 시행령 63조를 개정해 안전검사 위탁 대상을 전문 연구ㆍ검사기관으로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협회를 제외하고 안전검사를 맡겠다는 기관은 한곳도 없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매년 위탁업체를 선정하지만 수수료 등의 이유로 다른 업체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신청을 안 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참여연대 이재근(35) 행정감시팀장은 “현재 놀이공원 안전점검 시스템은 관련 이익집단에 맡겨놓은 꼴”이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는 각종 놀이시설에서 안전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직접 나서 산하기관들의 우수한 기술사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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