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돼지 청이병(靑耳病)이 주변 국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이 와중에 중국 당국은 국제기구에 전염병 관련 샘플을 전달하지 않고 있어 ‘제2의 사스’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병원체인 청이병에 감염된 돼지는 고열, 식욕 부진,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가 죽을 때 귀가 청색으로 변한다. 이 병이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중국에서는 200만마리 이상의 돼지가 청이병이 감염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보건당국이 이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페데리코 주커만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 교수는 “중국이 문제의 질병에 관해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ㆍSARS) 때와 같은 태도로 조직 샘플을 국제기구로 넘기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돼지 청이병은 중국 해안, 남부지역을 휩쓸고 급속히 내륙으로 번지면서 쓰촨(四川)성 등 돼지고기 주요 생산 지역에서 피해를 낳고 있다.
중국 전역의 5억마리 돼지 중 얼마나 많은 돼지가 감염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중국은 올해에만 16만5,000마리가 폐사됐다고만 밝힐 뿐이다. 그러나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 1년간 85% 폭등한 것을 감안하면 당국의 발표 보다는 피해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아시아 가축 산업의 최악의 사태로 진단하면서 이 전염병이 주변국과 세계 전역으로 퍼져 세계적인 돼지고기 공급 부족 사태를 몰고 올 가능성까지 우려한다. 이미 베트남과 미얀마에서는 유사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중국 정부는 이미 관련 정보를 국제기구에 보고했고, 전염병에 대한 백신도 상당히 발전된 상태여서 통제 관리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돼지 청이병 백신은 결코 효과적이지 않으며, 현재 창궐중인 것이 돼지 청이병인지 조차도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스티븐 맥오리스트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이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치사율이 높지 않은데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래서 돼지 청이병이 아닐 가능성, 돼지 청이병이 맞다면 이는 새로운 악성 변종일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