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최근 저서 <미래의 물결> 에서 40~50년 후에는 국가가 해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 해체의 주역은 자본과 시장으로 국가 권력의 각종 규제와 간섭을 무력화시키면서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시킬 것이라고 한다. 미래의>
하이퍼제국으로 불리는 이 새로운 세상의 거대 권력자는 공공서비스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와 정부조직, 국가의 구분을 차례로 파괴할 것이라는 게 아탈리의 전망이다. 하이퍼제국에서의 국가는 단지 이동 중인 대상(大商)을 끌어 모으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오아시스 정도로 전락하게 된다.
대상이란 초국적 기업들을 말한다. 이들은 애국심도 없고, 한 곳에 정착해서 경영하지도 않는다. 오아시스를 찾아서 이동하는 유목민일 뿐이다. 세금이 낮거나, 규제가 없고, 임금이 싼 곳을 찾아서 끊임없이 짐을 꾸린다.
국가는 잠시 정착해서 생산활동이나 장사, 오락 활동을 하는 대상이 뿌리는 몇 푼 되지 않는 돈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가게 될 것이라고 아탈리는 전망하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태풍으로 최근 증시가 대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데 웬 한가한 미래 이야기를 하느냐고?
정부와 기업 모두 국가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문제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뜬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부는 동북아 금융 및 물류 허브를 내걸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미흡한 인프라로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주요 그룹도 반도체 LCD 휴대폰 조선 철강 자동차 이후의 신수종 사업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5~6년 후에 한국경제가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토가 작으면서 개방돼 있는 우리나라는 외국의 대상을 유치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대상은 한국에 대해 냉소적이다. 한국엔 '오아시스'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 대상이 들어오기는커녕 국내의 대상과 중상(中商), 소상(小商)마저 밖으로 나가고 있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는 물론 고임금, 전투적 노조, 반기업 정서, 무거운 세금 등이 대상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한국ㆍ중국ㆍ일본은 정치 체제는 달라도 5~10년 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 통합될 것이다.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FTA도 중요하지만 조만간 닥쳐올 동북아 경제 통합시대에 오아시스를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
예컨대 서울권(서울 인천 개성 수원 등 포함)은 일본의 도쿄권, 오사카권, 홍콩권, 중국의 상하이권, 베이징 및 텐진권 등 다른 5대 권역과 오아시스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들은 추악한 이전투구만 벌여선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오아시스를 많이 만들어 동북아 경제통합시대를 주도할 것인가 하는 미래 생존 전략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
이의춘 경제산업부장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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