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는 16일에도 검찰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검찰이 15일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도곡동 땅 중간수사 발표에 대해 정치적 압력이 계속되면 수사내용을 추가로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는 캠프 전체가 격앙하는 분위기였다.
캠프 일각에선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면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이 오히려 확산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경선을 3일 앞둔 상황에서 확실히 의혹을 잠재우려면 이미 시작된 검찰과의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측면에서 정면 대응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이 전 시장 캠프는 차명재산 관리인으로 지목된 이영배씨에게 기자회견을 갖게 하는 한편, 캠프 중진인 박희태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과 이재오 최고위원이 일제히 나서 검찰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인데 이걸 잃어버리면 소금이 맛을 잃는 것과 같다"며 "최근 검찰의 모습은 정도를 벗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또 "검찰이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휴일인 광복절 오후 7시 넘어 우리 쪽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듯한 발표를 하나"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5년 전 검풍(檢風)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더니 이번에도 검찰이 의혹을 푸는 게 아니라 만들고 있다"며 "검찰이 검찰이기를 포기한 것 아닌가. 검찰이 범여권의 전위대로 전락한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 최고위원은 " '노무현 정권 2기'를 만들기 위해서 노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인 정상명 검찰총장이 총대를 메고 있다"며 정 총장을 직접 겨냥한 뒤 "검찰이 수사하자는 것인가, 야당과 정치투쟁하자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날 한 조간신문에 검찰 소식통을 인용해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을 담보로 빌린 돈이 이 전 시장 관련 회사로 유입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 전 시장 캠프 내에서는 검찰의 반격으로 연결 짓는 해석이 무성했다. 검찰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고 관련 기사를 보도한 신문도 이날 낮 홈페이지에 "도곡동 땅 관련 기사는 잘못된 보도"라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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