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업을 하는 김모(49)씨는 최근 부쩍 나빠진 시력 때문에 안과를 찾았다. 젊을 때부터 원시가 약간 있긴 했지만 요즘 들어 결재서류가 잘 안 보이고 밤에는 시야가 흐려 운전하기도 힘들 정도다. 좋아하던 골프도 자신이 샷을 한 골프공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일이 잦아지면서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안과를 찾아 검사를 해보니 ‘노인성 백내장’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백내장 수술을 하면 노안이 생긴다는 말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창 일할 때 노안 같은 거추장스러운 혹을 달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 노안과 백내장, 동시 치료술 나와
백내장은 50대에 60% 정도가 나타나고, 65세가 넘는 사람은 대부분이 경험하는 대표적인 노인 질환이다. 카메라의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딱딱하고 혼탁해져 빛을 잘 통과하지 못함으로써 사물이 흐리게 보이는 증상으로, 노인성 백내장이 가장 흔하다. 기존의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넣어 먼 곳을 잘 보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수술 후에는 노안렌즈를 착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하지만 이런 노안 렌즈는 여러 가지 단점이 있고 그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아 널리 시술되지 못했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모양근의 탄력이 떨어져 가까운 곳을 잘 볼 수 없게 되는 현상이다. 45세 전후에 나타나는데, 대부분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여기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백내장 수술을 하고 나면 평소에 괜찮던 사람에게도 이런 노안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최근 인공 수정체인‘레스토 렌즈’ 삽입술이 개발돼 노안과 백내장을 동시에 치료하는 길이 열렸다. 이 방법은 노화된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아크릴레이트라는 연성 재질로 된 인공수정체를 삽입해 시력을 교정하는 것이다. 기존 백내장 수술과 원리는 똑같다. 다른 점이라면 미국 알콘사에서 새로 개발한 레스토 렌즈를 사용한다는 것. 이 렌즈는 원거리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백내장 수술용 인공수정체와는 달리 근거리ㆍ원거리를 모두 볼 수 있다. 한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레스토 렌즈는 표면의 중심부가 12개의 계단식 동심원을 그리며 머리카락 두께의 1/50(0.1마이크론) 정도로 정교하게 깎여 있다. 이 부분에서 빛이 두 가닥으로 꺾이면서 근거리와 원거리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렌즈는 효능이 반영구적이며 수술시 통증이 없어 수술 후 곧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수술 시에는 안전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인피니티’라는 첨단 초음파 수술기계를 사용하며, 수술 시간은 5~10분 정도다.
■ 야간 빛 번짐 등 부작용 조심
하지만 레스토 렌즈 삽입술을 받기 전에는 시술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 씨어앤파트너안과 김봉현 원장은 “2디옵터 이상의 난시를 가진 환자는 수술 후 만족스러운 시력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술 후 근거리와 원거리 시력은 좋아지는 반면 중간 거리(50㎝ 정도)의 시력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수술 후 야간 빛 번짐이나 눈부심, 빛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구분하는 대비 감도의 감소 등이 생겨 침침하고 흐릿해질 수 있어 자주 야간 운전을 하는 사람은 시술에 신중해야 한다.
박영순 아이러브안과가 최근 6개월 동안 레스토 렌즈 삽입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115안 중 109안이 수술 결과에 만족한다고 답변해, 95%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된 연구결과에서도 한쪽 눈에 레스토 렌즈 삽입술을 받은 환자의 94% 정도가 다른 쪽 눈에도 레스토 렌즈 시술을 받겠다고 답해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박영순 원장은 “기존의 노안 수술은 효과가 미미하거나 한시적이었지만 레스토 렌즈 삽입술은 노안 및 백내장 때문에 겪는 심각한 불편을 해소해 주는 획기적인 수술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레스토 렌즈 삽입술 과정
1. 공막 부위를 작게 절개한 후 초음파 기구(인피니티)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다.
2. 인공수정체(레스토 렌즈)를 접어서 절개부위 안쪽으로 삽입한다.
3. 인공수정체를 잘 편 뒤 양쪽 고리를 이용해 수정체 후낭에 고정시킨다.
■ 눈 노화 예방
-녹황색 야채나 과일 등을 많이 섭취한다.
-컴퓨터 작업 때 1시간 작업마다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컴퓨터를 오래 볼 때는 눈을 자주 깜빡여서 건조해지지 않도록 한다.
-컴퓨터 모니터나 책을 볼 때는 눈과 30㎝ 정도 거리를 유지한다.
-너무 강한 빛이나 직사광선을 피해 밝은 곳에서 독서를 한다.
-흔들리는 지하철이나 차 안에서 책을 읽지 않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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