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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대폭락/ '서브프라임' 재공습… 73兆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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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대폭락/ '서브프라임' 재공습… 73兆 증발

입력
2007.08.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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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때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증시는 패닉(공황)을 넘어 혼수상태였다.

다시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지기(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쇼크에 광복절 휴일을 하루 건너 뛴 한국 증시는 대폭락했다. 진원지인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모두 요동을 쳤지만, 사정권에서 가장 멀리 있는 서울시장이 오히려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16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전날보다 125.91 포인트(6.93%) 내린 1,691.98을 기록했다. 지수는 종전 일중 최대 낙폭 기록(2000년4월17일 93.17포인트)을 갈아치우며, 사상 처음 세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만 사상 최초로 1조원 이상(1조554억원 순매도)을 팔아치웠다. 코스닥지수도 77.85 포인트(10.15%) 하락한 689.07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하루 코스닥과 코스피시장에서 증발한 돈(시가총액)만 73조원에 육박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이날 오전 한 때 ‘사이드 카’가 발동돼 5분간 프로그램 매매가 정지됐다. 오후 장 코스닥시장에서는 주가가 10% 이상 폭락하며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 20분간 거래가 정지됐다.

금융시장 불안 속에 원화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80원이나 급등한 946.80원을 기록했다. 특히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저리의 엔화 자산을 빌려 각국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자금)의 회수속도가 빨라지면서 원ㆍ엔환율은 23.31원이나 상승, 100엔당 814.44원까지 치솟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장이 ‘단기 악재’에 그치지 않을 것만은 이제 분명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적어도 연말, 길게는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금융시장 최대의 적은 불확실성.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규모를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 이번 사태를 길게 끌고 갈수 있다는 근거다.

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부실로 손해를 입는 금융회사들이 하나 둘씩 등장할 때마다 시장불안이 확대되는 국면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세계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엔 캐리 자금의 청산이 가세할 경우 두 악재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사태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미국이나 국내 경기의 회복 기조 자체를 바꾸어 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아직까지는 우세하다. 파괴력은 강하지만 미국경제의 특정부문(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발생한 것일 뿐, 경제 펀더멘털 자체는 견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 스스로 복원력이 있다는 평가다. 결국 장기간 금융시장을 괴롭히는 불안 요인은 되겠지만, 기업 줄도산 등 파국으로 몰고 가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2의 환란’ 걱정은 기우일 것이란 얘기다.

● 美 FRB 170억弗 또 투입

한편 미국 뉴욕 증시는 16일 개장 초반부터 다우지수가 1만2,800선이 무너지며 급락, 6일 연속(거래일 기준)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신용경색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이날 증시 개장 전 170억달러 긴급자금을 금융권에 투입했지만 투자심리 회복에는 역부족이었다.

오전 10시51분(현지시간) 현재 다우지수는 1만2,735.71로 전날 대비 125.76포인트(0.98%) 떨어졌고,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도 각각 0.84%, 0.88% 하락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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