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해방된 것처럼 남은 19명도 무사히 풀려나기 만을 바랄 뿐입니다.”
광복 62돌인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은 모처럼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다수 가족들은 집에서 한 달 가까이 이어진 피랍 사태에 극도로 초췌해진 심신을 추슬렀다.
가족들은 2명의 여성 인질이 석방된 뒤 '수일 후에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이 인질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이날 하루는 협상 상황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혹시나 모를 ‘또 한번의’ 석방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이날 억류된 여성 1명이 “나는 상태가 많이 나아졌으니 다른 여성을 풀어달라”며 석방기회를 김경자(37)씨에게 양보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전해지자, 당초 석방 대상자로 점쳐졌던 유정화(39), 이선영(37)씨 가족들은 “딸이 자랑스럽다”면서도 복 받치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유씨의 어머니 곽옥강(64)씨는 “그게 사실이라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라며 선택의 기로에 섰을 딸 생각에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제 발로 고생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착한 딸을 어서 돌려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누구보다 간절히 미국 등 국제사회에 피랍자의 무사귀환을 촉구했던 이씨의 어머니 김경자(63)씨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아이”라며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측의 협상재개 소식만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진(31ㆍ여)씨의 남동생 원식(30)씨는 “누나 생일이 18일인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생일상을 차리겠냐”며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와 뒤늦게라도 생일을 함께 축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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