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이론의 교과서적 문제인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실제 실험으로 구현됐다. 호주 퀸즈랜드대 양자컴퓨터기술센터 연구원인 정현석 박사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에 16일자에 “빛으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태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네이처>
슈뢰딩거의 고양이란 양자이론 방정식을 창안한 어윈 슈뢰딩거가 만든 사고(思考)실험(실제 실험이 불가능할 때 가상의 실험상황을 추론하는 것)이다. 미시세계의 존재인 원자나 전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거나, 서로 다른 위치에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가 일반적이다.
입자가 어떤 상태인지는 오직 확률로만 알 수 있으며(이를 계산하는 것이 슈뢰딩거가 만든 방정식이다) 관측행위를 하는 순간 입자 또는 파동으로 결정된다. 슈뢰딩거 고양이란 1시간 내에 분열할 확률이 50%인 입자와 고양이를 상자 속에 가두고 핵분열이 일어날 때 독가스가 나오도록 하는 실험이다.
이 경우 상자 뚜껑을 열기 전까진 양자이론에 따라 입자가 붕괴상태와 붕괴되지 않은 상태로 중첩돼 있듯이 고양이도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돼 있다는 것이다. 슈뢰딩거는 양자이론을 거시세계로 확장해 그 모순(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의 중첩이라는 모순적 상황)을 지적하려 한 것이었으나, 사실상 거시세계에서 양자 현상을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론물리학자인 정 박사는 광자(빛의 입자)빔을 반거울(빛의 반은 반사하고 반은 통과시키는 거울)로 둘로 나눈 뒤 한쪽에선 광자들이 서로 다른 위치에 중첩돼 있도록 만들고 다른 한쪽에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프랑스 파리-쉬드 대학의 필립 그랑지에 교수팀이 이 아이디어를 실험으로 구현했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생사가 중첩된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위치가 중첩된 다수의 광자를 만들어 측정하는 데에 성공했다. 정 박사는 “이번에는 2개의 광자로 실험했지만 광자의 수를 늘려서 거시적으로 슈뢰딩거 고양이 상태를 만들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확인했다”며 “지난 20여년간 이론적 논의에 그쳤던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태를 빛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양자컴퓨터를 현실화하는 데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는 중첩된 양자상태를 이용해 복잡한 계산을 병렬적으로 순식간에 끝낼 수 있지만 거시세계에서 양자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난제였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그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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