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을 둘러싼 검찰 발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의원들이 대검 청사로 몰려가 밤샘 농성을 벌인 끝에 “도곡동 땅이 이 전 시장 것이라고 볼 증거는 없다”는 정동기 대검차장의 말을 끌어냈다. 정상명 검찰총장을 비롯한 수사라인에 대한 고발과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공언했다.
이 전 시장`` 측은 검찰 발표가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제기한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을 시인한 것처럼 국민의 눈에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검찰의 이명박 죽이기’가 본격화했고, 그 중심에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동기인 정 총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분명한 물증이나 관련자 증언을 확보하지 못한 검찰의 발표에 이 전 시장 측이 의심을 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검찰 발표가 의혹을 증폭시켰다는 시각은 적어도 ‘도곡동 땅’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상정한 후에나 가능하다.
더욱이 ‘도곡동 땅’에 대한 상식적 의혹은 이 전 시장과 가까운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의 오락가락 증언을 계기로 한결 짙어졌음을 생각하면, 이 전 시장 측의 어정쩡한 해명 자세야말로 의혹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전 시장은 “남의 이름으로 된 땅 한 평이라도 있으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거나 “모든 것을 걸고 도곡동 땅이 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는 데 머물고 있다. 최소한의 반증 자료는 내보일 수 있을 듯한 이상은씨조차 “평생 모아 온 내 재산임을 국민 앞에 맹세한다”는 말이 고작이다.
그래서야 국민적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150억원을 10년 넘게 저금리 상품에 묻어두고, 1,000만~4,000만원을 97회에 걸쳐 현금으로만 인출하고, 이씨가 해외 여행 중에도 재산관리인이 수시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는 등의 상식과 동떨어진 상황은 특별한 설명을 요구한다.
당내 경선이 아무리 치열하다 해도 본선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 전 시장이 궁극적으로 대선 승리를 겨냥한다면, 우선 이 문제부터 말끔히 털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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