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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비극이 고스란히 투영된 한 여자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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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비극이 고스란히 투영된 한 여자의 일생

입력
2007.08.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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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가족사, 그 피멍이 나로 하여금 삶을 잇게 해주었다. 나는 울지 않을 것이다.’’

남로당 경북도당위원장이었던 빨치산 박종근의 아내인 고(故) 이숙의(1926~2000ㆍ사진) 자서전 <이 여자, 이숙의> (삼인 발행)가 출간됐다. 독일에 거주하는 딸 박소선씨가 유고를 정리해 책으로 낸 것이다. 박씨가 책 출간에 맞춰 14일 방한, 기자들을 만났다.

일제시대 사범학교를 나온 초등학교 여교사였던 이숙의씨는 해방공간에서 치러진 3ㆍ1운동 기념행사에서 좌익 대표로 사자후를 토하던 한 청년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6개월의 짧은 신혼생활 후 남편이 월북하자, 다른 월북자의 삶이 그랬듯 간난신고를 감당해야 했다.

6ㆍ25 중 남파돼 빨치산 활동을 하던 남편은 1952년 사살됐다. 이후 대구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복직한 이씨는 20년 넘게 교단에 서며 장학사를 지내는 등 유능한 교육자로 인정받았지만 순탄한 인생이 될 수는 없었다. 간첩사건 연루 혐의 등 사상 시비로 두 차례나 옥고를 치러야 했다.

이씨는 77년 딸 박씨 부부가 살던 독일로 건너가 여생을 보내다 탈냉전 바람이 불던 95년 <말>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책은 당시의 증언을 뼈대로, 이씨 사망 후 딸 박씨와 손주들이 박종근이 묻힌 평양의 애국열사릉과 이씨의 묘가 있는 경북 군위를 찾은 후일담이 더해져 ‘찢어진 가족사’의 비극을 실감나게 증언한다.

박소선씨는 “한 세대만 더 지나면 분단의 가족사는 아득한 옛이야기가 되고 말 것”이라며 “그렇게 되기 전에 역사라는 해변에 한 알의 조약돌로 반짝일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이 기록이 남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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