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선주자인 이해찬 전 총리가 어제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는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북핵이 남북정상회담 성과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언급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고 미국에서도 지한파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대사 등이 북한 비핵화 문제가 남북정상회담에서 최우선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국내외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런 논란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진의를 왜곡하거나 말꼬리 잡는 식의 소모적 정쟁으로 흐르는 측면도 있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핵 문제는 남북 간에 풀어가야 할 측면과 북-미 간 등 국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측면 등 양면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를 외면하고 북핵 폐기에 대한 확고한 약속을 받아내지 못하면 실패라고 지레 규정하거나 이 문제는 6자회담에서 논의할 사안이니 제쳐 놓자고 하는 것은 다 잘못이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이 기대되는 남북교류와 협력, 평화공존은 당연히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한다. 남북은 1992년에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을 통해 비핵화를 약속한 바 있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고 북한의 핵 폐기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6자회담의 틀을 뛰어 넘는 약속이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6자회담을 통해 체제 안전보장과 북미관계 정상화, 경제지원 등을 얻어내려 하는 북한이 자신의 지렛대를 약화시키는 양보를 할 리 만무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완전한 핵폐기 약속을 받아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어제 남북은 실무접촉을 통해 경의선 도로를 이용한 육로 왕복에 합의하고, 의제도 ▦한반도 평화 ▦민족공동 번영 ▦조국통일의 새 국면 등 3가지로 의견을 모았다.
대통령의 육로방북은 남북관계 진전에 상징성이 매우 큰 일이다. 정상회담이 6자회담 틀에서 진행되는 북핵 폐기 논의를 촉진하고 북한이 핵 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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