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엽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14일 “고속도로 상습정체 구간의 통행료 감면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상습정체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입법화 움직임에 정면 반대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권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속도로 지정체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많기 때문이며, 수요가 몰리면 가격을 올려 이를 통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체를 이유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작정 감면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통행료를 감면하기 보다는 상습구간 통행료를 올려 고속도로 차량 통행을 억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권 사장은 “성수기의 경우 수요가 몰리면 가격을 올려 해당 시간대 수요를 분산시켜야 하는데, 지정체 혼잡구간 통행료를 면제하면 오히려 (통행량이 늘어) 교통상황만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공의 한 고위 간부도 “미국은 상습정체 시간대에 통행료를 올려 차량통행을 조절하고 있다”며 “통행료를 올리지는 않더라도 명절 때 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진ㆍ출입을 통제하는 방식을 확대하는 방안도 차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저제한속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상습 정체 구간 통행료는 당연히 감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윤두환(한나라당) 의원측은 “고속도로는 사람과 물건을 최대한 실어 나르기 위한 것인데 통행을 억제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고속도로를 남산터널과 비교하는 발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도심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혼잡통행료와 같은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윤 의원측은 “혼잡통행료를 받는 남산터널의 경우 멀리 돌아가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지만, 고속도로는 마땅한 대체수단이 없다”며 “최저속도도 내지 못할 정도로 기능을 상실해 통행료 가치를 하지 못하는 고속도로 정체구간은 차라리 국도로 전환시켜야 옳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15일 교통체증 등으로 고속도로 주행속도가 최저속도 이하로 떨어지면 통행료를 감면하는 내용의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도공에 따르면 고속도로 상습정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도공측이 최근 공개한 ‘고속도로 제한속도 실태’를 보면 전국 고속도로 24개 노선(총연장 2,874㎞) 가운데 법정 최저속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간 길이가 전체의 9% 가량인 255.2㎞나 됐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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