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드러낸 여인,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 왜소하고 게으른 남자들…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일제 강점기 시대 조선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들이 조선총독부에 의해 왜곡된 것이라면?
19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되는 ‘일제 사진, 그 비밀과 거짓말’은 일본이 조작한 조선의 사진들을 고발한다. 100여 년 전, 조선의 이미지는 일본이 만든 몇 장의 사진엽서를 통해 세계에 전파된다. 엽서 속의 조선인은 미개하고 가난했다. 사진을 통해 조선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조선을 불쌍하게 여겼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박애주의적 선택으로 이해했다. 제작진은 이런 이미지 호도를 위해 조선총독부가 자행한 사진 조작을 추적한다.
이 시기 만들어진 대표적인 사진엽서는 기생엽서. 사진 속 기생은 기예를 갖춘 예인이 아니라 매춘관광을 위한 선전도구로 묘사된다. 한반도 지도 전체를 춤추는 기생으로 표현한 엽서도 있었다. 반면,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들은 한복을 입은 조선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자애로운 모습으로 사진 속에 남아 있다.
경술국치 이후, 제국주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부터는 일본에 의한 조선 근대화의 모습이 엽서를 채웠다. 고층건물과 도로, 철도 등의 사진이 담긴 엽서들은 일본에 의한 조선 근대화라는 식민지배 정당화 논리를 정당화하는 도구였다. 이와 함께 처형 직전의 안중근 의사의 모습을 사진엽서로 제작, 항일운동의 의지를 꺾는 공포정치에 이용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의 종전 발표를 듣고 슬퍼하는 일본인들의 모습도 일련의 이미지 조작 가운데 하나라고 결론짓는다. 패전의 굴욕감을 지우기 위해 조선인뿐 아니라, 스스로의 모습도 몇 장의 왜곡된 사진에 가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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