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 첫 준비접촉은 남북간 회담으로는 이례적으로 빠른 합의를 이끌어냈다. 오전 1시간의 전체회의에서 각자 의견을 제시한 뒤 남북 본부의 재가를 받고 오후 3시에 회의를 재개해 30분 만에 마친 것이다.
2000년 1차 정상회담의 전례를 따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차 회담을 성공적으로 열겠다는 양측의 의지가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회담 초반부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북한의 대남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최승철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겸손한 태도가 우선 눈길을 끌었다. 이관세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50명의 남측 대표단이 오전 9시50분 자남산여관에 도착하자 북측 대표단 단장인 최 부부장은 현관 앞에서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최 부부장은 이 차관에게 "저는 경험이 부족하니 많이 지도해달라"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최 부부장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정상회담 추진 당시 준비접촉 과정에서 북측 대표를 맡는 등 남북대화 전문가다.
덕담 덕분인지 비공개로 열린 전체회의는 웃음소리가 간간이 새어 나올 정도로 밝은 분위기였다. 남측에서는 통일부 김웅희 박봉식 국장이 대표로 참석했고, 북측에서는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 리현 조평통 참사 등이 배석했다.
통신 보도 의전 경호 등 분야별 실무접촉은 전체회의가 끝나고 낮 12시5분부터 시작됐다. 남측에서는 서영교 청와대 춘추관장 등 12명이 대표로 참석했다.
하지만 의전과 경호를 다루는 실무접촉 관련 질문에는 북측 대표단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두 정상의 안전,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움직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많은 신경을 쓰는 듯 했다. 남북 양측은 경호 의전 부문 실무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해 "지나친 비밀주의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개성=공동취재단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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