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자 박태환이라고요?”
정슬기(19ㆍ연세대)의 목소리는 인어공주 에리얼처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갑자기 쏟아진 국민들의 관심에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방준영 대표팀 코치는 “슬기를 여자 박태환이나 제2의 박태환으로 부르지 말아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수영이 비인기 종목인 탓에 일반인들이 몰랐을 뿐 정슬기는 지난해부터 대표팀의 간판스타였다는 설명이 잇따랐다.
“한국신기록을 4개나 세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틀 전부터 감기에 걸렸거든요. 더 열심히 노력해서 내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딸래요.”
박태환(18ㆍ경기고)에 이어 한국수영의 대들보로 떠오른 ‘인어공주’ 정슬기는 떨리는 목소리로 콜록거렸다. 하지만 감기몸살도 인어공주의 한국신기록 행진을 막진 못했다. 정슬기는 14일 태국 방콕에 있는 타마삿대학교 수영장에서 벌어진 2007유니버시아드 평영 여자 100m 예선에서 한국신기록(1분09초98)을 세웠다.
평영 200m에서 목메달을 목에 건 정슬기는 50m, 100m, 200m에서 모두 한국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감기와 오한에 시달린 탓에 결승전 출전은 포기했다. “감기 몸살이 심해서 100m 출전을 포기할지를 놓고 고민했는데. 어쨌든 한국신기록을 세워서 너무 기뻐요.” 지난해 8월 범태평양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1분10초03)을 0.05초 단축한 것에 만족한단다.
방준영 코치는 “정슬기가 11일 세운 평영 200m 한국신기록(2분24초67)은 올 시즌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면서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은 노릴만 하다”고 전망했다. 200m 최강자는 호주의 레이즐 존스(22)로 지난해 2월 세계기록(2분20초54)을 세운 뒤 꾸준히 2분22초대를 기록하고 있다.
정슬기는 “단점으로 지적된 체력과 스타트를 보완해 내년까지 2분22초 후반대까지 기록을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훈련이 너무 힘들어 수영을 그만둘까 고민한 적도 많다는 정슬기는 존스에 이어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는 욕심도 슬쩍 밝혔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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