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돼온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23일 정치참여를 선언하고 본격 대선 행보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동안 ‘기업인 문국현’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그는 평사원으로 입사한지 20년 만에 유한킴벌리의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칼 바람 속에서도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 문 사장의 이런 노력이 유한킴벌리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이는데 기여했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정치인 문국현’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소기업 CEO가 경력의 전부인 그가 대한민국의 수장이 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는 차치하더라도, 그간에 보인 그의 태도에 미덥지 못한 구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1월 이후 경영과 정치의 중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속해왔다. 그가 과거 보여줬던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참신한 CEO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문 사장이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기업 경영에선 물러나는 것이 회사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문 사장의‘외도’를 지켜보는 유한킴벌리 주주들과 종업원들도 냉소적이긴 마찬가지다. 경영에만‘올인’ 해도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정치권을 기웃거리며 대선 참여를 저울질해왔기 때문이다.
문 사장은 평소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회장을 꼽았다. 유 회장은 40년 전 전문경영인 체제를 완성한 선구자적 인물이다. 문 사장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유 회장이 남긴 ‘전문경영’이라는 유산 때문이다. 정치권을 넘봤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문준모 경제산업부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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