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순간에 퍼트를 성공시키는 능력이 있다.”(루크 도널드)
“1위를 달리고 있을 때도 흔들리지 않는다.”(필 미켈슨)
그동안 메이저대회 마지막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맞붙었던 선수들의 우즈에 대한 평가다. 우즈가 또 한번 ‘역전불허’의 마법을 선보였다.
우즈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골프장(파70ㆍ7,131야드)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1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를 기록, 2위 우디 오스틴(6언더파ㆍ미국)을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치켜들었다.
우즈는 2위 스티븐 에임스(캐나다)에 3타차 선두로 최종일 경기에 나서 우승이 예견된 상태였기 때문에 관심은 우즈가 스스로 무너질까, 아니면 어느 선수가 ‘우즈 공포증’을 극복하고 뒤집기를 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결론은 모두 망상에 불과했다.
우즈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우즈는 14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해 14번홀까지 5타를 줄이며 맹추격전을 펼친 어니 엘스(남아공)에 1타차로 쫓겼다. 보통의 경우 분위기가 역전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우즈는 15번홀(파4)에서 2.5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앞서 플레이한 엘스는 16번홀(파4) 보기로 주저앉았다.
우즈는 “엘스가 치고 올라 오는 것을 알고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고 밝혔다. 승부처에서의 마인드 컨트롤과 놀라운 집중력이 ‘우즈 마법’의 핵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즈와 동반 라운드를 펼친 에임스는 이날 6타를 잃고, 공동 12위(2오버파)로 추락했다.
이로써 우즈는 시즌 첫 메이저 우승과 함께 메이저 통산 13승을 올렸다. 메이저대회 최종일 선두로 나선 13경기에서 13승을 거두는 승률 100%의 ‘역전불허’ 신화를 이어간 것. 31세의 우즈는 또 잭 니클로스의 메이저 최다승 기록(통산 18승)에 5승차로 접근했다. 대회 2연패와 함께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우즈는 시즌 5승을 기록했다.
아내 엘린과 빨간 옷을 입은 2개월 된 딸 샘 알렉시스와 함께 스코어카드를 접수한 우즈는 “이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다. 아내와 딸이 우승을 지켜 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전율마저 느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최경주(37)는 2타를 잃어 전날 공동 6위에서 공동 12위(2오버파)로 밀려나며 아시아인 첫 메이저 우승 꿈을 내년으로 미뤘다. 대신 최경주는 다음달 27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릴 미국대표 12명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각국 연합팀이 대결하는 대륙 대항 프레지던츠컵대회 출전 선수에 뽑혔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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