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과도 같은 26일이었다. 13일 오후 3시30분(한국시간 오후 8시)께 아프간 가즈니주 에스판다 지역의 아르주(Arzoo) 마을에 나타난 김경자, 김지나씨는 적신월사 관계자를 보자 복받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 석방에서 인도까지
13일 AFP 통신에 따르면 아르주 마을에 나타난 두 사람은 회색 히잡(이슬람 전통 스카프)과 발끝까지 오는 카키색 바지 차림으로 피랍 당시의 캐주얼 차림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무릎에는 아프간 전통 셔츠를 두르고 있었고, 김경자씨는 어깨에 가방을 매고 있었다. 아르주 마을은 탈레반에 살해된 고(故) 심성민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이다.
두 사람은 아프간 부족 원로가 운전한 짙은 회색 도요타 코롤라 차량을 타고 아르주 마을에 도착했다. 이들은 미리 나와있던 적신월사 관계자를 발견하고는 눈물을 쏟았다. 인도 장소에 도착하기에 앞서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은 AFP 통신에 전화를 걸어 “우리는 괜찮다”고 석방 사실을 전했다.
이들은 인도 장소에서 적신월사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대기하고 있던 적신월사 SUV 차량 2대 중 한 대에 옮겨 타고 15분가량 뒤 가즈니시에 도착했다. 이들은 적신월사 앞에서 장소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1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오후 5시께 가즈니시에 도착해 앰뷸런스로 옮겨져 시내의 미군기지로 이동, 건강검진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두 사람은 걸을 수 있는 정도로 건강에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당초 매우 위독한 것으로 알려진 것보다는 건강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긴박했던 71시간
한국 정부와 탈레반 대표단의 대면 협상이 10일 시작된 이후 두 사람의 최종 인도가 확인되기까지 사흘간은 초긴장의 연속이었다.
피랍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다소 무뎌지는 듯 했던 인질 석방에 대한 관심은 대면협상 이틀째인 11일 오전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으며 금명간 인질 석방도 가능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잇따르면서 고조됐다. 우리 정부 역시 신중론을 견지하면서도 우리측의 성의 있는 협상 태도가 성과를 보일 것이라는 고무된 분위기 속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12일 오전 탈레반이 석방을 보류, 인질들이 되돌아갔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나오면서 혼란을 겪었다. 이날 오후 탈레반의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이 인질 석방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석방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기대 수위가 다시 높아졌다.
13일 김경화, 김지나씨가 한국 정부측에 최종 인계된 것이 확인되면서 탈레반의 석방결정은 우여곡절끝에 사실로 판명났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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