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밤에서 14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졌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굳은 날씨 속에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비닐을 깔고 농성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들은 “서울 도곡동 땅 일부는 제3자의 차명재산”이라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불만을 품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 소속 의원들이었다.
의원들의 ‘검찰청사 난입사건’은 요즘 들어 부쩍 증가하고 있다. 13일 오전에도 11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검찰총장을 만나야겠다”며 청사에 들이닥쳤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 소속인 이들은 “검찰이 이 전 시장 비리 물증을 확보하고도 발표를 미루고 있다”며 대검을 항의 방문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이 전 시장 캠프측 의원 9명이 찾아와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검찰총장 면담을 요구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사리에 한참 맞지 않는 일이다. 물론 종종 비상식적 수사결과를 내놓았던 검찰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수사는 검찰의 몫이다.
수사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작정 청사를 찾는 것은 ‘생떼’에 불과하다. 특히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의 피고발인이 항의 방문단에 끼어 있었다는 점이나 수사결과 발표일 밤에 검찰 청사를 무단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행태에 이르면 이들이 과연 일국의 국회의원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쯤 되면 정치인들이 검찰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차원을 넘어 준사법기관인 검찰, 나아가 법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의 예를 재삼 거론해야 할까. 법을 존중하는 자세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최소한 몰지각한 행동들은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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