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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살아남은 자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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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살아남은 자의 슬픔

입력
2007.08.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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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 / 한마당"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독일의 극작가ㆍ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1956년 8월 14일 58세로 사망했다. ‘서사극’과 ‘낯설게 하기’ 이론의 창시자로 20세기 연극사를 새로 쓰게 한 브레히트지만, 소문으로만 알려졌던 그의 시가 한국에 소개된 것은 1985년이 되어서다. 시인 김광규(66)가 그의 시 47편을 번역한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란 책을 내면서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살아남은 자의 슬픔’ 전문).

이 시의 여운은 아주 길다. 브레히트가 겪었던 나치와 15년의 망명생활, 이 시가 번역됐던 1980년대 한국의 정치ㆍ사회상을 떠올린다면 더욱 그렇다. 그것은 암울한 시대를 살아남은 이들의 고뇌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화려한 휴가> 를 본 이들이 브레히트의 이 시가 떠오른다고 말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브레히트가 이 시를 쓴 것은 미국 망명 중이던 1944년이지만 그는 이미 그 전(1934/38년)에 쓴 한 시에서 한층 구체적으로 그 암울한 시대를 증언하고 있다. ‘믿어 다오, 그것은 우연일 따름이다. 내가/ 하고 있는 그 어떤 행위도 나에게 배불리 먹을 권리를 주지 못한다./…/ 싸움터에서 밥을 먹고/ 살인자들 틈에 눕고/ 되는대로 사랑을 하고/ 참을성없이 자연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나의 시대에는 길들이 모두 늪으로 가게 되어 있었다.’(‘후손들에게’ 부분). 소박하면서 명료한 언어로 현실을 이야기하는 그의 시는 김광규의 말대로 “삶과 시는 그 자체가 가장 구체적 진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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