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이나 경기력 모두 특별히 도움된 건 없다. 2억원을 받게 된 삼성에만 좋은 일을 한 셈이다”(A구단 감독).
“서머리그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주위에 관심을 갖는 동료를 찾아보기 어렵다”(B구단 선수).
400만 관중을 목표로 내세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시즌 처음으로 지난달 15일부터 한달간 서머리그를 시행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혹서기에 야구 팬들의 이탈을 막아 관중동원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팬들은 물론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우승팀에는 상금 2억원을 내걸었고, 최우수선수(MVP)와 우수타자ㆍ투수를 뽑아 시상도 하기로 했다.
그러나 14일 막을 내리는 서머리그는 그 운영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복중(伏中)에 이벤트를 실시한다는 원칙에만 매달려 전반기 마지막 날인 7월15일(초복ㆍ일요일)에 서머리그를 시작하는 우를 범했다.
이튿날부터 올스타 브레이크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당연히 처음부터 흥미와 관심이 반감될 수 밖에 없었다. 김성근 SK 감독은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 전반기 막판에 리그를 시작한 것이 오히려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방해가 됐다”고 꼬집었다. 또 폐막일도 무리하게 말복에 맞추다 보니 주초 3연전의 첫날인 14일(화요일)에 서머리그가 종료될 수 밖에 없었다.
KBO와 각 구단의 홍보 부족도 서머리그 열기를 지피는 데 걸림돌이 됐다. 지방 구단의 한 간판 선수는 “서머리그를 왜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며 “우승 상금이 걸려 있다고는 하나 각 팀마다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서 서머리그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KBO가 서머리그의 도입 취지로 내세웠던 흥행면에서는 어떨까? 표면적으로는 지난해보다 관중이 크게 늘었다. 7월15일부터 지난 12일을 기준으로 지난해는 66경기에 총 32만4,630명(평균 4,918명)의 관중이 든 반면 올해는 73경기에서 51만2,859명(평균 7,025명)을 기록, 평균관중이 약 43% 증가했다.
그러나 올시즌 이미 전반기를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관중이 50% 이상 늘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서머리그 동안 관중이 감소했다고 평가하는 게 더 정확하다. 실제로 지난 12일까지 치러진 총 384경기를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관중 증가폭은 45%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강병철 롯데 감독은 “KBO와 구단들이 장기적으로 야구 흥행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꿈나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 풀뿌리인 유소년 야구가 발전해야 프로야구도 살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물론 첫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야구팬들의 발길을 운동장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KBO의 적극적인 행보는 분명 평가 받을 만 하다. 그러나 서머리그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 좀 더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