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3일 여성 인질 2명의 석방이 확인되자 “정부의 오랜 노력이 드디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고 다소 들뜬 표정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19명의 석방 문제를 감안, 공식 논평에서는 나머지 피납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데 무게를 뒀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우리 국민 2명이 무사히 석방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정부로서는 아직 19명이 피랍돼 있어 이들의 조기 귀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또 “노무현 대통령도 보고를 받고 나머지 우리 피랍자들에 대한 조기 귀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원래 전날 석방하려다 탈레반 측에서 자신들의 안전문제를 고려해 장소를 옮기는 등의 작전을 쓰며 하루 연기시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무 대가없이 2명이 석방된 것은 접촉과정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원 석방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그들과 접촉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희망적인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외교부도 이날 상기된 표정으로 인질석방 소식을 전했지만, 나머지 19명에 대한 무사귀환이 더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늦게 외교부 청사를 나서면서 “2명이라도 석방된 것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정부가 남은 피랍자들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지금도 움직이고 있으니까 희망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들의 석방을 언론에서 최대한 작게 취급해야 다음 사람들이 풀려날 수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거듭 당부했다. 이 당국자는 또 “남은 피랍자들의 안전을 위해 어떤 언론이든 먼저 석방된 피랍자 2명과 (정부 허락 없이) 접촉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갖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외신을 통해 한국인 인질 2명이 석방됐다는 보도가 먼저 전해진 뒤에도 “확실히 우리 진영으로 한국인 인질들이 넘어온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다”고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탈레반측에서 또다시 말을 바꿀 수도 있어 정부로서는 일의 진행이 99.9%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나머지 0.1%가 확인이 되기 전까지는 이를 공개치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