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임기 말에 두 차례에 걸쳐 전담반을 가동, 서울시를 대대적으로 사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일보 보도(13일자 1면)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5년 10월께 이상업 당시 2차장 산하에 서울시 사찰을 위한 조사반을 운영한 데 이어 2006년 초에는 10여명으로 전담반을 구성해 이 전 시장의 임기(2006년 6월)가 끝난 직후까지 서울시와 산하기관을 조사했다.
조사 내용은 이 전 시장의 주요 공약과 시정에 대한 조직 내의 불만, 서울시 고위층의 비위 등 광범위한 사항이었다.
사정기관이나 일반 사건의 수사기관일 수 없는 국정원이 지방자치단체를 샅샅이 조사했다는 사실 자체도 놀랍지만, 이미 이 전 시장이 유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른 당시에 이뤄진 조사라는 점에서 정치 사찰 의혹을 강하게 한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반(反) 부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의혹을 살 만한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근 국정원 정치 사찰 의혹이 거론될 때마다 들었던 말이다.
국정원은 그 이상의 대답을 갖고 있지 못한 듯하다. 직접 정치적 의혹을 사는 것보다는 그릇된 관행을 미처 청산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 낫다는 뜻일까.
그러나 여러 차례 지적했듯, 국정원이 국가안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 과거 무성했던 정치사찰ㆍ공작의 죄업을 씻어야 한다는 국민적ㆍ역사적 요구를 감안하면 더욱이 말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 경선후보 검증과정에서 국정원의 다양한 개입 가능성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마당에 이번 보도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은 한결 짙어졌다. 이런 범죄적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정말 큰 문제이고, 관계자들의 개별적 행위였다면 조직 기강의 문제이다.
어떤 경우든 잘못을 철저히 고쳐 바로잡겠노라고 다짐을 해도 과오를 다 용서 받기 어려운데 아예 별 잘못이 없다는 식이니, 도대체 국정원의 시계는 지금 어느 시절을 가리키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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