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여파가 전세계 금융 분야는 물론, 다른 산업분야에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날개 짓이 자칫 세계 경제에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나비효과’ 시나리오의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미국과 독일에 이어 각국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손실을 공개하고 있는 가운데 상품시장 등 모든 분야가 서브프라임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 파리바의 서브프라임 관련 펀드 환매중단 발표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독일에서는 산업은행(IKB)에 이어 웨스트 LB 멜론이 “모기지 펀드에 총 자산의 80%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콤파스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웨스트 LB 멜론은 독일 3위 은행인 웨스트 LB와 뱅크 오브 뉴욕 멜론의 합작사다.
중국도 서브프라임 사태의 사정권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6대 은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총 49억 위안(6,00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빗발치는 요구를 못 이긴 세계적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와 골드만삭스도 14일(현지시간)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 손실 규모를 밝히겠다고 나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충격이 이제 신용 시장을 넘어 상품 시장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국제원유시장 관계자들이 서브프라임의 불똥이 튈 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브프라임 관련 위기가 세계경제를 엄습하기 시작한 2주 전만 해도 애널리스트들은 “원유시장이 서브프라임으로 보게 될 피해는 제한적이며 기껏해야 경기 위축으로 석유 소비가 감소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석유 선물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헤지펀드들이 서브프라임에서 입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원유 선물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유가 급등 배후에는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이 있으나 이들이 시장을 빠져나갈 경우 원유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한편 무역협회는 이번 사태가 국내 무역업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협 국제무역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태 여파로 인한 원ㆍ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의 채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국내 기업의 자금사정 악화와 미국 내 수입 수요 감소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무협은 “신용경색 우려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지속된다면 직접자본 시장에서 기업자금 조달 여력이 축소되면서 특히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