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프간 사태에 대한 정부의 분위기는 맑음과 흐림이 반복됐다. 겉으로는 내내 말을 아끼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지만, 실제는 인질에 대한 석방 가능성을 점치며 상황 호전을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다 이날 밤 늦게 현지로부터 “12일은 석방되기 힘들다”는 연락을 받고는 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물론 정부관계자는 “상황이 악화된 것은 아니고 접촉은 계속 유지되고 있으나 이날 석방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조율이 미뤄진 것일뿐 협상이 실패로 끝났다거나 접촉이 아예 끊겼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조금만 정부를 믿고 더 기다려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한국인 인질의 일부 석방설에 대한 각종 외신보도가 전해질 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 오전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키로 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정부는 “우리 측에 인도된 것이 확인돼야 하며 그 전까지는 섣부른 전망을 내놓을 수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이후 여성 인질에 대한 석방을 보류키로 했다는 외신보도에 대해서도 “정부가 확인해 줄 내용은 없다”고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일부 인질 석방설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는 짤막한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일단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상황 파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심 “이번 만큼은 좋은 소식이 있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석방했다거나 보류했다거나, 석방이란 원칙만 확인했다는 등 여러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보도들이 큰 틀에서 보면 과거와 달리 일관되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라고 인질석방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추진 준비위의 회의에서 송민순 외교부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 등과 아프간 사태도 함께 논의했는데, 회의 분위기가 대체로 ‘신중 속 기대’였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아프간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며 “아프간 상황이 좀 진전되는 가운데 우리가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하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이날 적어도 인질 2명 정도의 석방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피랍사태 초기처럼 무장단체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와중에 한국인 인질이 2명이나 피살된 만큼, 이번의 경우 최대한 말을 아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 관계자는 “무장단체들과 협상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곧 다시 좋은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날 인질 석방이 되지 않은 것에 크게 실망할 필요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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