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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베이징 올림픽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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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베이징 올림픽 이후

입력
2007.08.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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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이 꼭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국은 올림픽 무드에 푹 빠졌다. 8일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는 대규모 경축행사가 열려 발 디딜 틈없이 군중이 모였다. 한 중국 친구는 인파가 너무 몰려 광장 인근 왕푸징(王府井)에서 경찰의 제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말할 정도로 이들의 열기는 뜨겁다. 우리도 88올림픽에 앞서 이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중국의 비약 꾀하는 열기와 투자

열기만큼 준비도 대단하다. 베이징 중심도로 정비는 완료 단계이고, 이제는 변두리가 단장되고 있다. 곳곳에는 산뜻한 화장실이 마련되는 등 베이징은 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어 하드웨어 상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공중도덕, 허술한 위생 등 소프트웨어 측면이다. 길거리에 침을 뱉고, 보행자와 운전자들이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등 희미한 공중 의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때문에 중국 지도층 인사들이 총출동해 “사회 문화와 국민 수준의 제고 없이는 올림픽이라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캠페인을 하고 있다.

현장의 열기와 잠재력을 지켜보면 베이징 올림픽도 40여년 전 도쿄 올림픽, 20년 전 서울올림픽처럼 성공적일 것이라는 판단을 갖게 된다.

때맞춰 한국 기업의 올림픽 마케팅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성화봉송주자 1,300명을 배정 받아 ‘중국 삼성’이 중국의 기업임을 알릴 예정이고, LG전자도 중국 탁구팀을 후원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국의 목표가 올림픽 이후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을 통해 기업과 국가 전체가 비약하는 것이다. 올림픽 후원업체인 중국 PC제조업체 롄상(聯想)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인지도가 18%나 높아졌다. 저가 제조업체로 알려진 기업들이 명품 업체로 부상하는 계기를 올림픽에서 찾고 있다.

최근 CCTV의 올림픽 토론 프로그램에 참가한 삼성전자의 한 인사는 “중국 토론자들은 올림픽 이후 롄상이 삼성전자와 같은 일류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논의를 진행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 세계에 모든 것이 노출되는 올림픽이라는 기회를 반드시 잡겠다는 각오가 다부지다.

■ 한국은 10년후 어떤 모습일까

이런 자신감은 올림픽이라는 이벤트에 전적으로 기댄 것은 아니다. 올림픽은 기폭제이다. 1조 3,00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중국이 달러화 처분을 운운하자 달러화 시장이 들썩이고, 주머니가 두툼해진 중국 기업들이 기업 사냥에 나서는 막강한 경제력이 진정한 뒷심이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을 잘 버티는 데서도 이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중국의 꿈이 이뤄진다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경제의 무대는 더욱 협소해질 것이다. 한국과 한국 기업은 앞으로 향후 1년 간의 올림픽 마케팅에만 전력을 쏟을 게 아니라 올림픽 이후 국가전략과 기업 전략에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질적으로 변화할 중국시장 내 생존전략도 필요하다.

한국경제 전문가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교수는 최근 한국의 인구와 고령화 추세, 기업 잠재력을 볼 때 향후 10년간 최대한 성장 질주해야 선진국에 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10년이 쉽지 않을 듯하다.

이영섭 베이징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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