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몸이 아픈 한국인 여성인질 2명을 석방키로 했다고 한다. 탈레반측은 어제 주요외신들과의 통화에서 선의의 표시로 조건 없이 여성인질 2명을 석방한다고 밝혔다. 한때 탈레반측이 석방을 보류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혼선이 빚어져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2명의 여성인질은 우여곡절 끝에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 인질 19명도 함께 석방되었어야 마땅하지만 건강이 크게 나빠진 여성인질을 우선 석방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가 탈레반측과 대면 협상에 나서는 등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 노력의 성과이기도 해서 추가 협상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쌓은 신뢰를 토대로 나머지 인질들도 조속히 무사귀환토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탈레반측도 한국정부가 성의 있게 협상에 임하는 것에 만족을 표시하고 있고 협상 진행 중에는 인질 살해 위협을 안 하겠다고 밝혔다고 하니 다소 여유를 갖고 협상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머지 인질들의 석방 전망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이번 여성인질 석방 결정 배경이 단순하지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탈레반측은 아픈 여성인질 석방이 선의의 표시임을 강조했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면서 아프간 정부와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다목적 카드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 여성 인질 장기 억류에 대한 이슬람권의 비난을 피하면서 몸이 아픈 여성인질을 끌고 다녀야 하는 짐을 덜자는 계산도 있어 보인다.
탈레반측이 여전히 추가인질 석방과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추가 석방 전망을 어둡게 한다. 아프간 정부와 미국 정부는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 불가라는 입장에서 요지부동이고 이 문제에 관한 한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탈레반과의 추가 협상에서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탈레반측이 요구 수준을 낮추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탈레반측도 인질석방 협상을 통해 국제적으로 자신들의 위상을 과시하는 등의 성과를 얻은 만큼 이쯤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나머지 인질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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