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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난세를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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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난세를 건너는 법

입력
2007.08.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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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형 편역 / 문학과지성사제갈량이 남긴 글 모아 "正道 걸어라"는 메시지

서울 남산의 산책로에 와룡묘(臥龍廟)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와룡묘는 중국 삼국시대의 정치가이자 전략가인 ‘와룡선생’ 제갈량(諸葛亮ㆍ181~234)을 모신 사당이다. 중국에는 어디를 가나 그의 사당이 있다지만, 21세기 서울 한복판의 제갈량 사당은 그가 <삼국지> 를 읽는 한자문화권의 영원한 영웅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난세를 건너는 법> (1998)은 오수형(55) 서울대 중문과 교수가 엮은 제갈량 문집이다. 제갈량이 남긴 글은 많지 않다. 제갈량의 작품으로 알려진 글 중 많은 것들이 후세에 그의 이름을 빌려 쓴 위작으로 판명됐다. ‘출사표(出師表)’의 경우도 ‘전(前)출사표’와 ‘후(後)출사표’가 전해지나 ‘후출사표’는 위작으로 알려져 있다.

<난세를 건너는 법> 은 제갈량의 글로 인정되는 52편과, 제갈량의 이름으로 세간에 유행하다(주로 장군의 덕목과 군대 운용에 관한 글들을 묶어 <장원(將苑)> 혹은 <공명심서(孔明心書)> 등의 책으로 묶였다) 위작으로 밝혀졌지만 그 내용이 취할 바 있는 50편을 한데 모아 원문, 번역문을 싣고 시대적 배경을 해설하고 있다.

“선제께서 천하 통일의 대업을 시작하여 그 반도 이루시기 전에 중도에서 붕어하시니, 지금 천하는 삼분된 터에…”로 시작하는 ‘출사표’는 제갈량이 227년 중원 회복을 목표로 위(魏)를 상대로 한 전쟁에 나서면서 촉(蜀)의 두번째 군주인 유선에게 올린 상주문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나라를 다스리는 바른 길을 열정적으로 토로한, 천고의 명문으로 회자되는 글이다.

이 책이 의미 있는 것은 소설이나 처세서로 가공되지 않은 제갈량의 면모를 그의 글을 통해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의 문장에서 일관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난세를 건너는 데 묘수는 없다, 정도를 걸어라 하는 메시지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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