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국민에게 뭐라고 말할 염치가 없습니다. 사죄의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잘한 게 있어야 큰 소리를 치지요.”
개신교 주요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원로목사들이 목회자들의 변화와 갱신을 외치고 나섰다. 김형태(78ㆍ연동교회) 홍성현(71ㆍ수송교회) 유경재(60ㆍ안동교회) 원로목사, 서광선(76) 전 이화여대 교목, 이형기(69) 장신대 명예교수 등은 최근 ‘목사안수 100주년 기념을 위한 첫 모임 취지문’을 발표하면서 목회자의 회개와 반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9월 3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목사안수 100주년 기념 참회기도회’를 열고, ‘(가칭) 목사참회백서’를 발간하는 등 회개운동을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다.
참회기도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형태 원로목사를 10일 연동교회 110주년 기념관 가나의 집에서 만났다. 50여년간 목회활동을 해온 김 목사는 교회가 신령한 종교적, 영적인 권위를 잃어버리고 예언자적 발언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돼 더 이상 침묵을 지킬 수 없어 원로 목사들과 뜻 있는 목사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를 대표하는 목사는 국가를 향해 국가가 바르게 나가기를 바라는 예언자적 발언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목사들이 그런 바른 말을 할 만한 힘도 없고 권위도 없습니다.”
김 목사는 교단정치, 기복신앙 등 개신교 내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꼽았다. “젊은 목회자들이 많이 분개하고 있습니다. 노회장, 총회장 선거에 금품수수가 공공연하고 여론을 환기시켜도 마이동풍입니다. 세속문화를 본떠 경쟁이 너무 심하고 물량적 성장에 빠져있습니다.
심지어 이웃교회 교인을 버스로 실어오는 ‘쉽 스틸(sheep steelㆍ양 도둑)’이 큰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량적으로 잘 사는 것, 권력과 돈을 많이 갖게 되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목사들이 가르치고, 교인들이 몰리는 데 성서적으로 안 맞기 때문에 뜻 있는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907년 9월17일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길선주 목사 등 7명의 한국인이 장로교 목사 안수를 받은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김 목사는 목사안수 100주년을 그냥 기념하고 축하하는 것보다 그때의 목사들의 각오, 결심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자성하는 자세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개신교에서 회개하고 반성하자는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왜 안 되고 있느냐고 묻자 김 목사는 “한마디로 회개에 대한 신학적 정립이 안 돼 있기 때문입니다. 회개는 잘못했다고 비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열매를 맺는 행동의 변화, 인격의 변화, 생활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대부흥 기념축제에서 10만명이 회개를 한 시간 하고 끝냈는데,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크리스챤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래서 이번 회개운동은 일회적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원로목사들이 서울에서 기도회를 연 뒤 지방으로 흩어져 기도회를 갖고, 백서를 내고, 세미나를 갖고, 앞으로 몇 년이고 연대해 운동을 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아프간 선교 문제에 대해 김 목사는 아직 인질이 풀려나지 않은 상태에서 신학적으로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만큼 위험한 곳에 가지 못하게 했어야 했고, 교회도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의 책임은 더 중요합니다. 순교는 하는 게 아니라 당하는 겁니다. 아프간에도 병원이 있고 의사가 있으니 사람이 가지를 말고 돈, 약품을 보내 그들로 하여금 자기 국민을 돕도록 하는 것이 바른 길입니다.”
김 목사는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는 미국의 자본주의 문화를 기독교 복음으로 착각한 경우가 많다”면서 “대형 교회들의 물량공세가 도를 넘기고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데 누구를 탓하고 비판하기보다 우리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째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김 목사는 1929년 경북 포항 출생으로 총회신학교를 졸업(52년)하고 연세대 교목(61년~67년), 연동교회 담임목사(67~89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 예장통합 총회장 등을 지냈으며, 91년 연동교회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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