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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살려" 진화하는 농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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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살려" 진화하는 농활

입력
2007.08.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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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크에 연결된 주사기를 아무리 밀었다 잡아당겨도 변화가 없네요. 왜 그럴까요?”“주사기가 불량이라 그런가? 알았다! 플라스크 부피에 비해 주사기가 너무 작아서 그렇죠?”

10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중학교 한 교실엔 ‘구름 만들기’ 실험이 한창이다. 물을 조금 채운 플라스크에 주사기를 꽂아 공기를 넣었다 뺐다 반복하면서 조금씩 김이 서리는 모습을 관찰하는 실험이다.

실험을 지도하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1학년 김민정(19ㆍ여) 황보명(19ㆍ여)씨는 중학생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발한 상상력을 쉴 새 없이 풀어놓는 모습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황씨는 “수업내용도 잘 이해 하고 있고 대답도 매우 자신 있게 한다”면서 “서울의 ‘강남 학생’보다 오히려 뛰어난 것 같다”고 기뻐했다.

옆 교실에서도 흥미진진한 과학 공부가 진행됐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과학적 오류를 찾아내는 ‘영화 속 과학, 옥에 티를 찾아라’, 높은 곳에서 떨어뜨린 달걀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충격량과 충격력’ 실험 수업 등이다.

여름방학이 한창인 영덕중에서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대 자연과학대 언니 오빠들과 영덕군 일대 초ㆍ중학생들의 웃음꽃이 피어났다.

농활에 참가한 자연대 학생들이 각종 실험기구와 영상기계 등을 잔뜩 갖추고 ‘과학캠프’를 열었기 때문이다. 장래 희망이 과학자인 정한솔(지품중 3)군은 “대학생 형 누나들이 쉽고 재미있게 과학을 가르쳐줘 좋았다”며 “형 누나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자연대 학생들이 과학캠프 농활을 계획한 것은 ‘참여율 저조’라는 현실적 고민과 맞물려 있다. 학생 운동이 힘을 잃고 취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농활도 퇴조해 왔다. 낮에는 호미와 낫을 들고, 밤에는 의식화 공부를 하는 식의 농활에는 더 이상 참가하겠다는 학생이 없었다.

이지혜(22ㆍ지구환경과학부 3) 자연대 학생회장 직무대행은 “정치 구호가 강했던 2년 전 농활만 해도 고작 10여명 참가에 그쳤다”며 “이번에 농촌 돕기에 전공을 살린 봉사활동 개념을 넣었더니 36명으로 참여학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농활을‘농촌을 배우는, 농촌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는 행사’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행사에 함께 참여한 오세정 자연대 학장은 “단순히 일손을 거드는 차원의 농활이 아니라 지역 학생과 함께 과학 실험을 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며 “대학생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남을 돕는 활동은 학교에서도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과학캠프를 마친 자연대 학생들은 17일까지 영덕군 일대에서 김매기 등‘전통 농활’에 나선다.

영덕=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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