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세력과 한국 협상단의 첫 직접접촉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인 인질들의 석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대면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유엔의 안전보장을 요구했던 탈레반이 한발 물러서는 등 협상 태도가 한층 완화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10일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에 “한국 협상단과의 대면 접촉을 위해 물라 무하마드 바시르, 물라 나스룰라 등 2명의 탈레반 대표를 보냈다”고 말했다. 대표단의 이름까지 밝힌 점은 탈레반의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여태까지 탈레반 측은 직접 접촉을 위해서는 회담이 탈레반 통제 지역에서 이뤄져야 하며 회담 후 탈레반의 안전한 귀환을 유엔이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9일에는 탈레반이 장소 조건을 철회했으나 유엔의 안전보장 조건을 고수, 10일 늦게까지 막판 진통을 겪었다.
탈레반이 결국 당초의 요구조건에서 크게 물러나 한국 협상단과의 대면접촉에 동의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이슬람 국가 내에서도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한국인 인질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절실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아프간-파키스탄 ‘평화 지르가’에 참석한 부족장들이 “여성을 납치해 구금한 것은 파슈툰족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한 것도 이슬람 율법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탈레반에 압박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첫 직접 접촉에서 양측이 성과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탈레반이 명분으로 내세워온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이라는 요구를 곧바로 접을 것 같지는 않다.
아프간 정부와 미국이 수감자 석방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입장인 만큼 한국정부가 내놓을 카드가 많지 않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탈레반이 여전히 포로 석방을 주장하고 있고 몸값 흥정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우리쪽에서 내줄 것도 없는 만큼 아마 여러 차례 만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양측은 인질과 수감자의 맞교환보다는 여성 인질 교환에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여성 인질의 석방은 탈레반의 입장에서 악화한 여론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명분도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탈레반측이 우리 협상단이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계속 고집할 경우 협상 결렬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탈레반 사령관 압둘라 잔이 밝혔듯이 인질을 추가 살해하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