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세균 대표가 어제 양당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100년 정당'을 꿈꿨던 열린우리당은 역사의 갈피 속으로 사라지게 됐고, 143석의 의석을 확보한 민주신당이 한나라당을 제치고 원내 1당 이 됐다.
2월 6일 의원 23명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시작된 범여권의 혼란과 재편이 6개월 만에 일단락된 셈인데, 탈당-창당-탈당-합당으로 이어지는 이합집산의 수순이 어지럽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아무리 정치가 '살아 있는 생물'이라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143명의 의원 중 민주당 출신 5명을 뺀 나머지 138명이 열린우리당 출신이어서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거나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열린우리당이 민주신당에 흡수합당되는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인기가 바닥이었던 열린우리당의 간판을 바꾸어 내걸기 위한 '당명 세탁' 과정에 불과했다는 혹평도 있다.
물론 민주신당에 상당한 규모의 시민사회세력이 참여했고 한나라당 이탈 세력의 합류와 함께 리더십의 재형성과정이 있었다는 점에서 '도로 제자리'라고 단정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원내 1당의 지위에 걸맞은 정체성 확립이나 이렇다 할 새로운 정책 제시가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신당에서 변화와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오충일 대표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구약성경 전도서의 구절을 인용하며 "다 옛 것이 반복돼서 새로운 것으로 가는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이름이 신당인데도 새로움이 부족한 것만은 분명하다.
민주신당이 지리멸렬하던 범여권의 분열상을 수습해서 한나라당과 양당 대결 구도 하의 대선을 치를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크게 중시했던 대통합이라는 명분은 민주당의 불참으로 빛이 바랬다.
불완전한 통합은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인식과 함께 범여권 지지층의 결집을 꾀하는 민주신당에 큰 부담이다. 민주신당이 그러한 부담을 털어낼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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