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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서브프라임 쇼크/ 금융기관 해외자금 조달 이미 적신호… 정부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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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서브프라임 쇼크/ 금융기관 해외자금 조달 이미 적신호… 정부 초긴장

입력
2007.08.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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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태풍이 점차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태풍의 영향권 밖에 있다”던 지금까지의 낙관적인 예보는 자취를 감췄다.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겠지만, 간접적인 타격이 예상보다 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날 프랑스 최대 상장은행인 BNP파리바가 서브 프라임 관련 부실로 산하 3개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 여파로 10일 국내 증시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했다.

금융시장이 서브프라임발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당국도 긴급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 갈수록 커지는 우려

현재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 규모는 8,000억원 수준. 실제 피해액은 이중 20~30%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설사 모두 날린다 해도 대형 은행 1곳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밑도는 만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규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대목은 간접 피해다. BNP파리바 사태는 서브 프라임 파장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본격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해줬다.

전 세계의 동시다발적인 금융 시장 위축(신용 경색)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이는 곧 전 세계적인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의 자금 이탈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세계 주식시장 동조화 흐름까지 맞물리면서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주가 폭락, 환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낮은 금리의 일본 엔화 자금을 빌려 한국 등 제3국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것)의 청산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ㆍ일간 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을 별다른 위험 없이 향유했던 투자자들이 금융 경색이 심해지면서 대출금을 마구 거둬들일 경우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의 해외 자금 조달에도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해외시장에서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가 1.03%로 1개월여 전인 7월 2일 0.84%에 비해 0.2%포인트 가량 확대됐다.

외평채 금리는 ‘미국국채 수익률+ 가산금리’로 결정되며, 가산금리가 확대된다는 것은 위험도가 높아져 해당 채권 매입을 기피한다는 뜻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물을 포함한 신흥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며 “외평채 가산금리가 급등하면 국내 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긴장하는 정부

금융감독당국은 상황 대책반을 꾸리고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했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시장 상황을 보고 받고 “서브 프라임 파장과 관련해 국내 시장의 외국인투자자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라”고 지시하고, “미국 등 해외 시장 동향까지 실시간 점검해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한국은행도 “금융시장을 예의 주시하면서 콜금리가 급변동할 경우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의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신속히 대응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파장 우려가 실제보다 과장ㆍ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심리적인 불안까지 가세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허경욱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 동안 세계적으로 방만했던 유동성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고, 위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현상”이라며 “단 심리적 영향이 얼마나 확산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도 “국내 주식시장이 과도하게 상승했고, 환율도 일방적으로 하락 압력만 받아왔다”며 “미국 경제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적정 수준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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