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타멧 지음ㆍ배도희 옮김북하우스 발행ㆍ296쪽ㆍ1만2,000원.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2만 개가 넘는 숫자를 외고, 일주일이면 다른 나라 언어를 불편하지 않을 만큼 구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천재’일까, ‘외계인’일까.
<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 는 전 세계 50명도 채 안 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성장과정을 1인칭 시점으로 그린 글이다. 이 책은 자신의 감정과 정신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서번트(자폐증 등 뇌기능 장애를 앓고 있으면서 동시에 천재성을 갖고 있는 사람) ‘다니엘 타멧’이 쓴 글이라 더욱 특별하다. 책을 읽고 나면 자폐증을 앓는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 그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브레인맨,>
영국인 다니엘은 1979년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을 갖고 태어났다. 네 살 때 심한 간질 발작을 일으킨 후 서번트 신드롬을 갖게 됐다.
다니엘은 사물과 지식을 시각, 청각, 촉각화해 공감각으로 인지하는 독특한 사고 체계를 갖고 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사물을 ‘숫자’로 이해하며, 각각의 숫자는 색과 형태를 가진다. 그에게 있어 숫자들의 모임은 멋진 풍경이고, 그 안에서만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다. 암산으로 몇 초 만에 엄청난 수학계산을 해내고, 5시간 동안 2만2,514개의 원주율 소수점 이하 숫자를 암송해 유럽기록을 갈아치운 능력은 숫자에 대한 천재성과 자폐가 가진 집중력의 결정체다.
다니엘은 대부분 자폐증이 있는 사람과는 달리 언어에 대한 능력도 탁월하다. 프랑스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영어 등 지금까지 총 10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모든 언어를 배우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일주일. 언어에 대한 그의 흥미는 학습을 넘어 맨티라는 새 언어의 창조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신은 그에게 천재성을 주고, 균형감각과 방향감각을 거뒀다.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신발끈도 혼자 묶지 못했고, 동생들이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질주할 때도 보조바퀴를 떼지 못해 네 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혼잣말을 쏟아내기 일쑤고 사람들과 잘 친해지지 못한다.
겉으로 봐서는 덜 떨어진 다니엘이 자폐아를 위한 기금 모금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스란히 그의 부모에서 나왔다. 태어나자마자 끊임없이 울어대고, 조그만 스트레스에도 머리를 벽에 찧어 댈 때도, 자신이 게이며,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할 때도 그의 부모는 오롯이 그의 편이었다.
책은 그가 소울메이트 닐을 만나 어떻게 사랑하게 되는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는지를 잘 그려준다. 자폐증 자녀를 둔 부모,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에게 일독을 권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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