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초ㆍ중학교에서 발생한 등교거부 학생은 12만6,764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지메(집단괴롭힘)에 의한 등교거부학생이 4,688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10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ㆍ중학교의 등교거부 학생은 전년도보다 4,500명이 늘어나 절정이었던 2001년 이후 5년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초등학생이 2만3,824명(전체학생의 0.33%)으로 302명에 1명 꼴로, 중학생은 10만2,940명(2.86%)으로 35명에 1명 꼴이 등교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는데, 특히 10년전 60명에 1명 꼴이었던 중학생의 등교거부는 1991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등교거부학생’은 ‘질병 등을 제외한 심리적ㆍ사회적 요인으로 30일 이상 결석한 초ㆍ중학생’으로 규정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등교거부의 원인으로는 청소년비행 등 ‘본인이 안고 있는 문제’가 31.2%로 가장 많았다. ‘이지메를 제외한 교우관계’(15.6%)와 ‘부모자식관계’(9.3%)가 그 뒤를 이었다.
처음으로 복수응답의 선택 항목에 포함된 ‘이지메’는 4%였다. 초등학생이 759명, 중학생이 3,929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그러나 일선 교육전문가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실제의 등교거부 학생수는 더욱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선 학교의 보고를 토대로 한 이번 조사는 이지메와 등교거부의 실태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출산의 영향 등으로 한때 감소경향을 보였던 등교거부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자 일본 사회는 긴장하고 있다. “인간관계 만들기를 어려워하는 어린이가 많아졌다”“가정 교육도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등 걱정이 많다.
그러나 학교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달아 터진 이지메에 의한 학생 자살 사태에 충격을 받은 일본의 학부모들은 “이지메를 당할 바엔 학교를 쉬는 것이 낫다”는 식으로 의식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를 반드시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문부과학성에 올린 보고서에는 “학교 상담자들이 이지메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집에서 쉬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는 대목도 있다.
여기에 통신고교, 대안학교, 지자체의 교육지원센터 등 등교거부 학생들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있는 시설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등교거부율의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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