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크 에런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절인 지난 1974년 4월9일 LA 다저스전에서 715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베이브 루스의 통산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지상파 NBC를 통해 방영된 이 경기는 22.3%라는 경이적인 TV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려 1,490만 가구가 에런의 역사적인 홈런 장면을 지켜본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일 워싱턴전에서 756호 홈런 신기록을 수립한 배리 본즈(43ㆍ샌프란시스코)는 미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았다.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 ESPN은 9일 ‘본즈 경기 시청률이 1.1%에 그쳤고 미국 내 전체 가구수로 따져도 시청 가구는 99만5,000가구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5일 본즈가 에런과 어깨를 나란히 한 755호 홈런을 기록했을 때와 똑같은 수치. 뉴욕 메츠의 베테랑 좌완 톰 글래빈이 메이저리그 통산 23번째 300승을 달성할 당시 기록했던 3%에도 훨씬 못 미치는 시청률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예상대로 본즈의 756호 신기록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9일 ‘속임수? 아마도 수치?’라는 기사를 싣고 본즈의 기록을 깎아 내렸다. 워싱턴 포스트는 ‘아직까지는 역사적인 날’이라면서도 약물의혹과 관련된 본즈의 위증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기록을 인정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도 ‘본즈가 기록은 얻었지만 존경심은 얻지 못했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서는 이날부터 본즈의 빅리그 통산 3번째 700호 홈런공에 대한 경매가 실시됐지만 1500달러에 불과한 시가(時價)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입찰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나마 야구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날 본즈에게 축하전화를 건 뒤 폭스TV의 한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 “판단은 역사에 맡기자”며 그를 옹호하고 나섰지만 본즈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거센 역풍에도 불구하고 본즈는 꿋꿋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본즈는 9일 계속된 워싱턴과의 홈 경기에서 1회말 투런 홈런을 작렬시키며 통산 기록을 757호로 늘렸다. 시즌 23호.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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